아이들의 비공식적 산타가 되다.
2021년 크리스마스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11살 난 아들과 3살의 딸. 이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일 년 중 가장 기다리는 하루다. 12월 초가 되면 아들은 수 년째 이번 크리스마스 때는 선물 무엇을 해줄꺼냐며 물어본다.
크리스마스를 즐기지 못한 지는 꽤 오랜 시간이 되었다. 카드나 선물을 마지막으로 받은 적이 언제였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가족이 생기고 아이가 생긴 후로 크리스마스는 온전히 아이들을 위한 날이 되었다. 선물, 맛있는 음식 그리고 함께할 친구들을 기다리는 아이의 기대에 부응해줘야 하는 때이다.
"넌 크리스마스 때 엄마, 아빠에게 뭐 해줄 거야?" "어린이가 어른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어? 어른이 어린이에게 해주는 날이지!" 아이의 반응이 이러할 것을 미리 알고 있었지만 아빠는 "넌 뭐 해줄 거야?" 하며 질문한다. 물론 아이에게 어떠한 기대를 하지 않는다. 그렇다. 엄마, 아빠에게 크리스마스는 온전히 아이들을 위한 날이다. 아기 예수에게 예물을 바쳤던 동방의 박사와 목자들처럼 아빠는 하루의 몇 시간을 아이를 위해 동방박사와 목자가 되어준다.
그래도 엄마, 아빠에겐 이때가 행복한 순간이 아닐까. '품 안의 자식'이라고 아직은 아이들이 자신이 살길을 찾아 떠나지 않고 부모의 품 안에 있기 때문이다. "아빠. 선물 사줘, 뭐 사줘, 뭐 먹자, 어디 가자, 누구 만나자" 이때가 아니라면 들을 수 없는 말들이다. 지금 당장의 귀찮음이 훗날엔 추억이 될 것이다.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