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신교(多神敎)에서 유일신(唯一神) 사상으로...
이집트의 수호신 '아문 라'를 이긴 신은 누구인가? 지난밤 히브리인, 이집트인들 그리고 파라오 역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폭풍 같은 사건이 지나갔다. '아문 라'의 형상인 숫양을 죽인 히브리인들은 어느 누구도 피해 없이 그 긴 밤을 지나갔고 그렇지 않은 이집트인들의 모든 집은 '초상집'이 되어 장례(葬禮)를 준비해야만 했다. 이집트는 이 충격에서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특히, 파라오는 자신의 왕국을 지속시킬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까지 들 것이다. 그의 뒤를 이어 왕국을 이끌어 갈 왕자도 전날 밤 죽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스스로 있는 자'와 '아문 라'의 싸움은 '스스로 있는 자'의 승리로 끝났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시대 국가 간의 싸움은 곧 신들과의 전쟁이었다. 이집트는 자신들의 노예였으며 땅 한 뼘 없고 병사 한 명 없는 '히브리'라는 이방인들에게 진 것이다. 그 절대신 '아문 라'를 박살 낸 '스스로 있는 자'는 도대체 누구인가?
좀 많이 과거로 돌아가 보자. 모세라는 이름을 가진 이가 있었다. '모세'? 고대 이집트 왕가에서 사용하던 이름이다. 아흐모세, 투트모세, 람세스... 하지만, 훗날 히브리어 성경은 "물에서 건졌다(출 2:10)"로 해석한다. 그는 이집트 왕족이었지만 히브리 사람이었다. 그는 왕자로 살았지만 잘못을 저질러 파라오 왕국에서 나왔고 미디안 광야에서 양 떼를 치며 살았다. 어느 날 양을 치던 모세는 호렙산에 불이 붙어있는 떨기나무에서 초월적인 존재를 만나게 된다. 그는 느닷없이(?) 그 초월적인 존재로부터 히브리인들은 이집트로부터 탈출시킬 것을 명령받는다. 그리고 당신의 이름을 묻는 모세에게 그 초월적인 존재는 자신을 '스스로 있는 자(I AM WHO I AM)'으로 소개한다. '스스로 있는 자'? '나는 나'라고? 이게 이름인가? 그리고 이 이름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고 '스스로 있는 자'의 역할은 무엇이지? 이 질문은 모세뿐만 아니라 히브리 민족 전체의 질문이기도 하였다.
이집트는 다신교(多神敎) 사회였다. 많은 신들이 존재했으며 신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돌로 만든 우상과 벽화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이집트 전역에 그려져 있는 신들을 그림과 조각으로 형상화해놓은 것을 보면 우린 당시 다신교 문화가 사회 가운데 얼마나 큰 영향이 있었는지를 짐작해 알 수 있다. 당시 이집트인뿐만 아니라 히브리인 역시 다신(多神)을 믿는 것은 당연한 종교 행위였고 그들의 상식이며 일상이었다.
이집트의 신들에게는 모두 이름이 있었다. 그리고 각자의 역할이 존재했다. 농경사회였던 고대 이집트는 모든 신들이 '농사'와 관련이 있다. 태양신 '라(RA)' 또는 '아몬(Amun)', 공기의 신 '슈(Shu)', 비와 습기의 여신 '테프 누트' 등 이집트는 농사 철이 되면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자신의 신들에게 예배를 했다. 이처럼 '신들'은 이집트인뿐만 아니라 히브리인들의 삶에 깊은 연관이 있었다. 그들의 상식적이고 일상과 연결된 종교적 세계관은 이집트의 신들(gods)을 무력화시키고 자신들을 이집트에서 구원한 '신(God)'의 이름과 존재를 궁금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모세는 히브리인들에게 '스스로 있는 자'는 유일한 신(唯一神) 임을 설명해주려 한다. 그리고 이집트에서 수백 년 동안 함께 했던 다신교(多神敎) 세계관을 깨려고 하는 것이다. 모세는 어떻게 유일신 사상을 그들에게 설명하고 이해하도록 도움을 주었을까?
기원전 13세기. 히브리인들이 이집트를 탈출하기 100년도 되지 않았을 시기 때의 일로 추측된다. 이집트 신왕국 18대 왕조 9대 왕 '아케나톤(Akhenaten)'은 이집트 중부 '아마르나(Amarna)'에 도시를 건설한다. 이 도시는 다신교 신앙을 갖던 이집트가 최초로 유일신 사상으로 바꾼 지금의 언어로 표현하면 '종교개혁' 발상지이다. 그는 오직 '아톤(Aton - 태양신)'만을 유일신으로 섬겼다. 그는 아톤 신을 창조주, 생명자, 세상을 돌보는 자로 받아들였으며 그 사상을 강화하기 위해 '아마르나'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했다. 하지만, 약 17년 정도 아주 짧은 시간만 통치를 하여 이집트인들의 종교적 세계관을 바꾸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세'는 그리 멀지 않은 과거 유일신 신앙을 가졌던 어떤 왕의 기억을 갖고 있었다. 그는 과거 9대 왕 '아케나톤'왕이 그러했던 것처럼 자신과 히브리인 민족 역시 다신교 신앙에서 유일신 신앙으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
과거 '아케나톤'왕이 '아톤 신(Aton)'이 창조주, 생명자, 돌보는 자로 여길 만큼 모든 것을 주관하는 신으로 섬겼다고 하지만 모세는 히브리인을 구원한 '스스로 있는 자'는 '아톤 신'보다 훨씬 크고 유일한 '신(God)'임을 강조하였다. 과거 이집트 왕국의 짧은 역사이고 곧 무너진 실패한 역사이지만 모세는 '아케나톤'왕의 교훈을 삼은 것이다. 비록 다른 신이긴 하나 히브리인들은 '아케나톤'왕국이 그러했던 것처럼 '히브리 민족' 그리고 앞으로 세워진 '이스라엘 왕국' 역시 오직 유일신인 '스스로 있는 자'만을 섬겨야 한다. 그리고 아케나톤의 유일신 사상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지만 히브리인들의 유일신 사상은 현재까지 남아 있으며 그 영향은 지금의 그리스도교 신앙에까지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