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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그네 한 Apr 24. 2022

모세에게 듣다(1)

이집트 왕가의 사람이었던 '모세'의 말을 듣다.

모세 이름이 새겨져 있는 석판 - 멤피스

지금까지 히브리인들과 사건 중심의 이야기를 했다. 이젠 난 히브리인들을 이집트에서 인도해 낸 모세의 말과 감정들을 몹시 듣고 싶었다. 이집트 탈출과 시나이 반도의 3개월 여정 가운데 그는 힘들고 지친다는 기색이 여력 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여러 사건들 그리고 히브리인들을 보며 어떤 심정이었고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우린 그의 허심 탄한 이야기들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1. 이집트에서   나가던 사람이야.


이집트 신들(gods) 대리자 '모세'


나의 이름은 모세. 당신들이 나의 이름을 보면 알겠지만 난 이집트 신왕국 파라오 왕가의 사람이야. 나의 가족 이집트 왕들 중 '모세'라는 이름을 많이 썼어. 나의 가족이며 이집트의 왕 파라오들은 '람세스', '아흐모세', '카 모세', '투크모세'로 불리었다는 것은 당신들도 잘 알 거야. 그래서 난 자랑스러운 대 이집트의 왕족이야. 그리고 난 이집트 왕족의 사람으로서 이집트 신(gods)의 대리자인 파라오를 도왔었지. 아문 라(Amun Ra), 아피스(Apis)와 같은 전능자를 섬기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많은 교육을 받았어. 문학, 역사, 지리, 미술, 음악에 이르기까지 이집트 왕가의 교육은 이집트 신들을 위한 교육이었어. 그래서 난 이집트 신들이 무엇이 기뻐하고 싫어하는 지를 잘 알아. 난 이집트 왕가의 사람으로서 이집트 신들을 섬기고 사람들에게 신들의 명령을 전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컸어. 난 그렇게 40년. 중년이 되기까지 사명감을 가지며 일을 하였지.


벽돌을 굽는 이집트의 노예들
구운 벽돌로 신전을 보수하는 사람들 - 아스완 엘리펀트 섬


그런데... 내가 그 천한 히브리인이라고...?


그런데 말이야. 내가 성인이 되고 아주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지. 나에겐 히브리인 유모가 있었어. 나의 어머니는 파라오의 딸이었는데 어느 히브리인 유모에게 나를 맡기어 양육하도록 하였지. 당연히 나와 그 유모는 아주 가까웠어. 천한 히브리인이었지만 나에겐 엄마나 다름이 없었지. 내가 성인이 되고 유모는 나에게 충격적인 말을 해주었어. 그녀 역시 아주 어렵게 나에게 말을 했지.


"왕자님은 히브리인이십니다. 왕자께서 어린 시절 파라오께서 히브리인 남자아이들을 모두 죽이라고 했는데 난 왕자님을 숨기었고 나중에 나일강에 왕자님을 버렸는데 당신의 어머니 파라오의 딸께서 왕자님을 구하셨습니다. 왕자님은 이집트인이 아닌 사실 히브리인이십니다"
"그럴 리가... 내가 그 천한 히브리인이라고?"


나의 유모는 자신의 가족, 형제 그리고 이웃들이 본토 이집트인들로부터 강도 높은 노역과 수많은 차별을 받는 것을 보며 내가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목숨을 내놓고 이야기를 한 것이었어. 당시 난 너무 화가 나고 믿을 수 없었지만 두려움에 떨며 눈물을 흘리며 말하는 나의 유모를 탓할 수 없었지. 아무리 그래도 나에겐 어머니 같은 사람인데... 지금 생각하면 그녀도 오죽했으면 나에게 그런 말을 했을까 싶네.


2. 모세 이집트에서 달아나다.


바로의 정적(政敵)이 된 모세


유모의 말을 듣고 난 정말 힘이 들었지. 난 나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어. 이집트인들이 그렇게 하찮게 바라보고 혐오하던 히브리인들이 나의 형제였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지. 그런데 언제부턴가 고통받는 그들의 모습들이 정말 많이 신경 쓰이는 것이야. 웬만하면 티를 내지 않으려 했지만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는 나의 모습에 나를 바라보는 파라오와 궁전 신하들의 시선이 조금씩 달라졌어. 특히, 파라오는 자신의 딸이 강가에서 히브리인이었던 나를 건져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성인이 되어 점점 변해가는 나를 보며 불편해 할 수밖에 없었지. 무엇보다 갈수록 내가 히브리인들의 편에 서서 말들을 했기에 파라오는 내가 자신의 말을 자꾸 거역한다고 생각했던 거야. 파라오와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은 이집트의 신들(gods)에게 도전하는 것과 같았어. 그래서 파라오는 내가 훗날 정적(政敵)이 될 것을 염려하며 나를 제거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지. 그는 나를 그냥 놔두면 훗날 히브리인들을 동원해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야.


이렇게 좋지 않은 상황 가운데 난 큰 사고를 쳤어. 하루는 히브리인들이 노역하는 곳에 갔었지. 그곳에서 이집트 감독관이 히브리인들을 아무 이유 없이 때리고 있었지. 그것을 보고 그를 말렸지만 그는 전혀 나의 말을 듣지 않는 거야. 아무리 내가 파라오의 눈 밖에 났다고 소문이 났다지만 그래도 아직은 이집트의 왕자 신분인데 그는 나의 말엔 전혀 듣지 않고 오히려 나에게 덤비듯 따졌지. 이미 궁전의 많은 사람들이 나를 파라오의 적으로 보았던 거야. 그래서 나도 너무 화가 난 나머지 그와 몸싸움을 하다가 순식간에 그를 죽여버렸지.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었지만 아무도 본 사람이 없을 거라 생각해서 그 죽은 감독관을 모래에 묻었어. 그러나 다음 날 두 명의 히브리인들의 고발로 인해 내가 사람을 죽였다는 것이 들켜 버렸지. 난 히브리인들을 도우려다가 오히려 히브리인들의 고발로 나의 잘못이 들킨 거야.


이 사실이 파라오의 귀에 들어가자 파라오는 지금이다 생각하고 나를 죽이려 했어. 내가 늘 파라오의 옆에서 그를 위해 복종했다면 이만한 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겠지만 지금은 내가 히브리인들의 편을 들다 사고가 난 것이기에 파라오는 나를 가만 두지 않으려 했지. 파라오는 그렇게 훗날 '정적'이 될 수 있는 나를 제거하려 했지. 파라오가 나를 죽이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를 피해 성밖에 나와 광야로 나왔어. 그렇게 한참을 피해 달아났는데 어느 광야에서 '미디안 사람'들을 만난거야.


미디안인들과 함께...


가축을 모는 사람들

얼마나 도망쳤을까. 어느 우물가에 보이기에 한숨 돌리기 위해 그곳 주변 앉아 물을 마시며 쉬고 있었지. 그곳에서 양 떼를 치는 제사장 '로우엘(이드로)'의 딸들을 만났는데 다른 목자들이 우물물을 먼저 차지하려고 딸들을 쫓아내는 거야. 그것을 보고 난 그 목자들과 싸워 그의 딸들의 양 떼들이 물을 마시도록 도왔어. 그 인연이 되어서 난 그 딸들을 따라가 '로우엘'을 만나게 되었고 그의 환대로 난 그곳에서 살 수 있게 되었어. 알고 보니 그들은 유목민이었어. 그들은 늘 여러 지역을 옮겨 다니며 살았지(구약 성경 안에서 '미디안'의 지명이 모두 달라 그들은 정착민이라기보다 여러 지역을 옮겨다닌 유목민으로 보인다 - WBC 출애굽기). 그래서 양에서 물을 마시게 하려는 딸들이 정착민이었던 목자들에게 배척을 받았던 것이지.


그들은 나의 모습을 보고 이집트인으로 알았어. 난 그곳에서 로우엘의 딸인 십보라와 결혼을 하여 가정까지 이루게 되었지. 이집트를 도망쳐 나왔지만 난 새로운 가족이 생긴 거야. 유목민으로 살았지만 이 생활이 참 좋았어. 유목민이었기에 여러 세상의 사람들을 볼 수 있었고 여러 가지를 경험할 수 있었어. 무엇보다 내가 이집트인인지, 히브리인인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고 이집트인과 히브리인 모두에게 버림받았기에 다시는 그들의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았지. 이젠 난 새로운 신분을 가진 사람이 된 거야. 난 그렇게 몇십 년 동안 나의 가족들과 아무 문제 없이 행복하게 살았었지.  그리고 그렇게 그들과 함께 사는 동안 나를 죽이려 했던 파라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어. 그리고 나의 형제가 새로운 파라오(람세스 2세?)가 되었는데 그는 이집트에서 자신의 위엄을 나타내기 위해 엄청난 건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어. 그는 역대 왕조에서 볼 수 없는 가장 화려한 왕국이 세우려는 야망이 있었지. 하지만, 난 신경 쓰지 않았지. 아니 노력했어. 가끔 그 화려한 왕국 생활이 생각나기도 했지만 지금 이대로의 나의 삶이 참 좋았지. 호렙산(시내산) 근처에서 진을 치고 산에서 양을 치던 중 내가 어떤 경험을 하기 전까진...

시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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