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든 안되든 한 번 해보기

도전해보는 용기

by 김광훈 Kai H

영어에 take a chance라는 표현이 있다. 일상에서도 자주 쓰이는 것 같다. 되든 안되든 또는 결과가 어떻든 간에 한 번 해보자 라는 정도의 뜻이다. 예전에 고객과 이태원 해밀턴 호텔 앞에서 술집을 찾을 수 없어 어디로 갈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그가 Let's take a chance라고 했다. 영화 <더 이상 좋을 순 없다>에서 (당신이 천식에 걸린 내 아이를 위해 모든 치료비를 떠맡는 등 호의를 베풀지만) 당신 하고는 절대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겠다고 헬렌 헌트가 말한다. 그녀의 말에 충격을 받았는지 선한 이웃으로 변한 깬 잭 니콜슨이 새벽에 옆집에 사는 사이먼의 집 문을 두드리며 ‘안 잘 것 같아서 (I took a chance you were up.)’라고 하는 표현이 나온다.


‘여인의 향기(Scent of a Woman:’ 체취’가 좀 더 정확해 보이긴 한다.)’에서 알 파치노가 레스토랑에서 한 여성에게 탱고를 가르쳐 주겠다고 제안한다. 실수할 까 망설이는 여자에게 인생과 달리 탱고에선 실수란 없는 것이니 ‘한 번 해보자’라는 말에 용기를 얻어 영화사에 남을 장면을 연출한다. All right. I will give it a try (좋아요. 한 번 해보죠.)라고 웃으며 말하던 미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영화를 다시 보며 깨달았는데, 돌발적인 제안에 응해 준 보답으로 계산서를 집어 든 퇴역 중령(Lieutenant Colonel)의 사소한 매너가 인상적이었다.




결정 곤란이라는 말도 있지만, 결정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큰 결정은 더욱 그렇다. 큰 결정을 내리는 것에 대한 조언도 쉽지 않다. 큰 결정이라는 것이 상대적이긴 하지만 아무리 큰 결정이라도 매일 일상적으로 내려야 하는 일이라면 그건 이미 그 사람에겐 큰 결정이 아니다.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1000억 원을 가진 자산가에겐 1억 원짜리 자동차를 구매하는 것은 그다지 큰 결정이 아닐 수 있다.


작년 이맘때 어느 주말 동네에 이사 온 집이 있어 잠시 올라가 보니, 집주인인 40대 초반의 여성이 이삿짐센터 직원들과 가구 배치를 하고 있었다. 같은 동네의 중형 아파트에 살다가 대형 평형으로 갈아타기를 했다는 것이었다. 구입 가격을 물어보니 전고점보다 20% 높았는데, 그녀는 싸게 샀다고 했다. 상투를 잡은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지금의 실거래가는 그녀가 구입한 가격의 30~40%가 상승해 있다. 비싸면 상투 잡을까 못 사고 가격이 내리면 더 폭락할 까 봐 못 사는 나 같은 사람들이 꼭 있다. 일단 상투 잡은 걸 알았으면 빨리 손절매하든지 아니면 오래 버티기를 하는 게 좋을 것이다. 상투도 계속 잡고 있다 보면 손이 미끄러져 허리춤에 도달하기도 하니 말이다.




집을 사는 건 스마트 폰 바꾸는 것과는 다르지만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결정은 미루지 말고 빨리 진행하는 것이 예상외로 이익을 가져다준다. 물론 성급한 결정이 때로 손해를 가져다 주기도 하지만, 그를 통해 학습이 되어 유사한 상황에서 현명한 결정을 하게 해 주니 수업료라고 생각하면 된다. "Take a chance" 정신으로 사소한 결정은 바로 내리는 게 좋을 듯하다. 특히 소소한 물건에 대한 지름신은 일상의 활력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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