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이 나라를 구하기도 한다

선행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누구도 모른다

by 김광훈 Kai H

대학 졸업을 앞두고 어느 유명 특급호텔의 해외 사업부 신입 사원 모집에 응시한 적이 있다. 호텔에서 훌륭한 점심식사를 대접받았고 면접비를 3만 원이나 받았다. 지금 화폐 가치로 20만 원은 되는 셈이니 교통비치곤 적은 금액이 아니다. 이후 면접을 치른 다른 중견 대기업에선 5천 원을 받았다. 최종 임원 면접 직후 만난 인사부 차장이 “혹시 떨어지더라도 실력이 없어 그런 게 아니니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라. 나중에 저희 호텔을 이용할 <지도층 인사>가 될 분들이기 때문에 정중히 말씀드리는 거다”라고 했다. 마치 결과를 안다는 듯이 말했다. 필기야 실력이 부족하면 떨어질 수도 있어 기분이 덜 상하지만 면접은 다르다.


내가 후에 반도체 회사의 부장이 되어 직원을 가끔 채용해보니 인사부 차장 정도면 당락 여부를 미리 알 수도 있는 위치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십여 년이 지났다. 나는 지도층이 되진 못했지만, 내가 맡은 팀의 업무 중에 방문한 외국 고객의 호텔 객실을 예약을 담당하는 일도 있었는데 일 년에 사용하는 객실수가 오천 방이 넘었다. 대형 호텔이라도 일 년에 천방 이상을 사용하면 VIP 대우를 받는다. 나를 채용하진 않았지만 좋은 인상을 준 그 호텔 객실을 우선적으로 예약했고 그곳에서 고객들과 식사도 자주 했다. 아무튼 그 호텔은 투자 대비 꽤 큰 이익을 거둔 셈이다.




폴란드 출신이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파데레프스키가 미국에서 연주활동을 할 때다. 스탠퍼드 대학교에 재학 중인 두 학생이 학비를 마련하려고 파데레프스키를 초대해 연주회를 가졌다. 출연료는 2000달러로 당시로서는 엄청난 돈이었다. 막상 연주를 마치고 보니 입장료가 1600달러로 400달러나 모자랐다. 학비는 고사하고 학교를 중퇴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이 소식을 들은 파데레프스키는 학생들이 건넨 400달러짜리 약속 어음을 그 자리서 찢어버리고 학생들이 손해 보지 않도록 특별한 배려를 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한 선행이니 자선(donation)이라 할 수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나 파데레프스키가 폴란드의 초대 수상이 되었다. 당시 식량난에 허덕이던 폴란드를 미국 식량청 청장이던 허버트 후버가 수천 톤의 식량을 무상으로 지원했다. 수많은 폴란드인이 굶주림을 해결할 수 있었다. 파데레프스키가 파리로 가서 후버를 만나 감사를 표시했다. 그러자 후버가 말했다. "수상께선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제가 대학시절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와주셨던 학생입니다."


결초보은(結草報恩)이란 고사 성어도 생각난다. 진나라의 위도자가 젊은 후처를 아버지의 유언과 달리 순장에 따르지 않고 개가하도록 했다. 이에 그녀의 친정아버지가 전쟁터의 풀을 묶어 풀에 걸린 말이 쓰러지면서 적장을 손쉽게 사로잡는 큰 공을 세우게 했다는데서 유래한 고사다. 선행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보답을 받는 것이니 기회가 될 때마다 실행하는 게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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