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가장 영향력이 있을까
요양 병원에 자주 간 적이 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많지만, 가장 중요한 건 삶과 죽음과 관련된 것이다. 중요하고 긴급함을 나타내는 표현은 그래서 생명과 관련된 말이 포함되어 있다. 요양 병원은 그 소중한 삶을 마무리하고 정리하는 곳이다. 처음 갔을 때는 인생에 대한 여러가지 상념으로 마음이 몹시 무거웠다. 하지만 무엇이든 일상이 되면 다 적응하게 마련이다. 방문 횟수가 늘어날수록 전엔 보이지 않던 것이 눈에 띈다. 입원한 사람 중에 누가 가장 힘이 센 큰 권력자일까. 가장 발언권이 센 사람은 예전에 사회적 지위가 높았던 사람일까. 정답은 아니다. 자주 찾아오는 사람이 있는 환자일수록 위상이 가장 높았다.
윌리엄 오슬러 경은 미국 최고의 의대 중 하나인 존스 홉킨스 병원의 4대 설립자며 근대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사람이다. 그는 의대 생들이 강의실에만 머물지 않고 현장을 중시하도록 커리큘럼을 개혁한 임상학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영국의 한 아동 요양 병원에 들렀을 때였다. 아이들이 모두 모여 여러가지 놀이를 재미있게 하고 있었지만 유독 한 어린 소녀만 높고 좁은 침대에 혼자서 침울하게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무슨 일인가 알아보았더니 그 소녀는 어머니가 없고 아버지는 병원에 한 번 왔을 뿐이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또래들로부터도 무시를 당해 그 집단에 끼지 못했다. 사정을 듣고 난 오슬러 경은 그 소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인형의 상태에 대해서도 묻고 청진기로 인형을 진찰하기 까지 했다(사실 오슬러 경은 당시에 청진기로 병명을 진단하는 최고의 권위자이기도 했다). 그러자 아이들의 태도가 바로 바뀌고 진찰 결과는 어땠는지 그녀 주위로 몰려 들었다.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발휘하는 도덕적인 용기란 이토록 위대하다.
강자가 우대 받는 건 동물 세계에선 흔한 일이다. 문제는 강자만 대우를 받는 게 문제다. 인간 세계에서도 강자가 대우를 받지만, 약한 자에 대한 배려도 있다. 물론 일부 동물 특히 포유류 급 이상은 공감도 하고 음식을 함께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 정도의 웅숭 깊은 배려나 보장 제도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 본적이 없다.
성서의 시편에도 “가난한 자를 보살피는 자는 재앙의 날에 여호와께서 그를 건지시리라”라는 구절이 있다. 박해를 받는 사람들이 과거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오늘날 갖가지 이유로 억압을 받는 대상이 많아졌다. 종교적 편견, 성차별, 인종차별, 능력주의, 연령 주의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첫 번째 펭귄처럼 누가 한 사람 나서서 이런 편견에 맞서 싸우면 분명 동조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한 사람의 힘은 대체로 미약하지만 몇 사람만 모여도 그 힘은 흔히 세상을 변화시키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