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면서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한 단상

by 김광훈 Kai H

집 앞에 있는 숲 속 공원을 산책하면서 미국 대선 관련 뉴스를 듣는다. 관심 없다고 하면서도 자꾸 클릭하게 된다. 바이든은 사실 상 대통령직 인수에 나섰다. 승자의 여유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실망감은 이해한다. 나도 몇 번 진 적이 있다>라는 말도 대국민 연설 중에 했다. Disappointment(실망)이란 완곡한 표현을 사용했지만 사실은 frustration에 가깝다. Frustration은 우리말에 적확한 말이 없어 <좌절>이라고 표기하지만 <좌절로 인한 분노>가 좀 더 정밀한 번역일 것이다.

나는 특별히 지지하는 쪽은 없지만, 정치인의 온갖 공허한 수사(empty rhetoric)는 극혐 하는 편이다. 정치인이 뭐 세상만사를 다 해결할 것처럼 얘기하지만 <All talks, No action>이란 말이 있듯이 별로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하지도 않는다. 그래도 초등학교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것도 기쁜데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이긴 건 분명 극한의 환희일 것이다. 더구나 현직 대통령의 상상을 초월하는 프리미엄을 이겨낸 결과이니 말이다. 방심과 오만, 독단이 빚은 30년 만의 현직 대통령 낙선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재 앞 숲 속에 메마른 잎이 지고 있다. 낙엽이 멋있게 선회하면서 떨어지든 수직 낙하하든 아무도 관심이 없다. 다 같은 낙엽일 뿐이다. 퀸과 졸도 역할이 끝나면 서로 뒤섞여 보관될 뿐이다. 단풍이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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