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쓴다는 것

by 김광훈 Kai H

소설은 작가만 쓰는 건 아니라는 걸 직장생활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고객의 주문에 맞춰 반도체를 제조하다 보면 차마 고객에게는 사실 그대로 밝힐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어떻게 설명해도 그들이 납득할 수 없는 사고가 발생하면 <소설>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내 자리엔 그런 <소설>을 써온 직원들이 자주 들렀다. 기술적인 내용은 연구원들이 더 잘 아니 주로 더 이해하기 쉽거나 설득력 있는 영어 표현 위주로 조언을 해주었다.

<소설을 쓴다>는 표현은 요즘도 통용되는데 주로 부정적인 의미를 함축(negative connotation)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뭐든 지 무지하면 대상을 폄하하게 마련이다. 나도 소설은 <허구>라는 생각에 읽는 건 시간 낭비라는 생각을 가진 적이 있었다. 최근에 국내외 소설을 탐독하면서 소설보다 nonfiction에 가려진 이면의 진실을 더 잘 볼 수 있는 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국화와 칼(The Chrysanthemum and the Sword)>은 일본의 문화와 일본인의 속성을 매우 정교한 필치로 묘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정작 작가 베네딕트는 일본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더욱 경이로웠다.

절친이 아니라 자세히는 모르지만 페친 중에 <경건한 삶>을 사는 것으로 판단되는 한 여류 소설가가 erotic novel을 곧 발표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최정예 보병사단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나보다도 더 군대생활을 생생하게 묘사한 걸로 봐서 이번 작품도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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