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기사식당에서 용기를 배우다
예전에 동료들과 후배 직원의 집에 밤늦게 찾아 간 적이 있었다. 2차 모임까지 끝난 때라 결국은 그 집에서 잠까지 잤던 기억이 난다. 그 집에서 후배의 어머니를 뵈었는데, 택시를 운전하셨다. 지금은 꽤 흔한 편이지만, 80년대 말까지만 해도 여자 택시 운전사는 그리 많지 않았다.
알고 보니 그 후배 어머니는 얼마 후에 유력 시사 월간지에도 몇 페이지에 걸쳐 기사가 나온 유명 인사였다. 그녀는 서울의 K 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한 분이었다. 운수업을 하던 부유한 집안 출신이었는데, 가업이 기울면서 운전을 하게 되었다는 기사도 읽었다. 후에 미국 출장을 갔을 때 그 직장 후배를 만났는데, 용기 있는 어머니를 닮았는지 미국 반도체 회사에서 세일즈 매니저를 하면서 자리를 잘 잡고 있었다.
최근에 강남의 어느 기사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의 일이다. 운전기사들은 하루 종일 몸으로 일하는 데다 곳곳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가성비 좋은 식당을 잘 알고 있다. 이들을 따라가면 음식에 관한 한 대체로 크게 실망하지는 않는다. 어떤 손님이 제육볶음을 주문하면서 '살코기만 주세요'라고 당당히 요구하는데 놀랐다. 6천 원짜리 주문하면서 살코기만 과연 가능할까 생각했다. 잠시 후 나온 음식을 보니 실제로 살코기뿐이었다. 고기란 것이 비계가 적당히 섞여야 맛이 있기도 하지만, 식감(texture)을 즐기려면 역시 살코기가 제격이다.
나도 왜 당당히 요구하지 못했을까 후회를 했다. 혹시 음식점 주인으로부터 이런 핀잔을 들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때문 아니었을까. '아 6천 원짜리 음식 주문하시면서 어떻게 살코기만 드려요. 그러면 저흰 남는 게 없어요'
운전을 전문적으로 하는 분들에게 인기 있는 식품은 살코기, 과일, 섬유 성분이 많은 것이라고 한다. 삶은 달걀이나 요구르트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택시 운전도 하루 종일 앉아 있어야 하는 직종이라 건강을 위해 조기 축구 등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이건 주로 앉아서 일을 하는 사무직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일부지만 서서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있게 배려하는 직장이 늘고 있는 건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