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잠의 본질은 하나다
First love never dies but True love can bury it. 첫사랑은 결코 죽지 않지만 진실한 사랑이라면 첫사랑을 마음속에 묻어둘 수 있다. 작자 미상 Unknown
True love is a discipline in which each divines the secret self of the other and refuses to believe in the mere daily self. 진실한 사랑이란 다른 사람의 비밀스러운 자아를 서로 신성시하고 평범하기만 한 일상의 자 아를 부정하는 훈련이다.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William Butler Yeats 아일랜드의 시인, 극작가
사랑이란 떨어지는 낙엽과 같다. 기회가 많다고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손으로 잡았다고 해서 호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온몸을 이용해 가슴으로 안아야 완전하고도 쉽게 잡을 수 있다. 여자는 보통 서른 살만 넘어도 남자의 열정에 휘말리지 않고 완급을 조절하며 그를 다룰 줄 안다. 매력을 잘 보존할 줄 아는 여자는 오래된 빈티지의 고급 와인처럼 웬만큼 나이가 들어서도 본래의 힘을 잃지 않지만 삼십 대 여성은 그 자체가 힘이기 때문에 따로 노력할 필요조차 없다. 프랑스 화 ‘사랑을 카피하다(Certified Copy)’에서 쥘리에트 비노슈가 갑자기 여신으로 변모해 오만하고 까다로운 취향의 인기 작가 쉼멜을 매력으로 제압할 줄 알았다. 하지만 립스틱과 귀걸이로 보정한 수고도 헛수 고고 무심한 남자의 눈으로는 별 차이를 못 느끼는 것 같아 못내 아쉬웠다. 그녀가 이십 세만 젊었어도 영화 대미지(Damage)에서와 같은 파괴력을 가졌을 것이다.
과거에는 뒤웅박 팔자라는 속설처럼 결혼한 여자는 남편의 운명에 절대적으로 매인 것처럼 보다. 남자 또한 과거에도 어떤 여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명운이 갈렸는데 명멸한 개인의 삶이나 잘 알려진 사람들의 전기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래서 탈무드에 ‘악한 남자가 착한 여자를 만나면 선한 남자가 된다’라는 말도 있는 것이다. 정말 여자의 손안에 모든 게 달려 있다. 남자가 불이라면 여자는 물이다. 얼핏 보면 불이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 같지만, 물과 같이 부드러운 힘을 당할 수 없다. 불은 무섭지만 태울 대상이 없으면 이내 사그라지고 만
다. 남상(濫觴)이라는 말처럼 술잔을 겨우 띄울 정도의 물로 시작하지만 양쯔강처럼 불어나 모든 것을 지배하는 것이 물이다. 특히 지금은 대도시 등에 배수시설이 잘 되어 큰 피해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 만나는 물은 속수무책이다. 그래서 예전에 가물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고 했다. 아무리 가물어도 농작물의 소출은 다소라도 있지만, 장마는 모든 것을 쓸어가기 때문에 거둘 것이 없다는 뜻이다.
이렇게 위력적인 존재가 여자지만 나만을 사랑해주는 여자에겐 때로 애잔한 마음을 숨길 수 없다. 그녀 나름대로 치한 계산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지만, 사랑을 염두에 두고 모험을 한 것이다. 이승에 살지만 우리는 잠을 통해 매일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 이런 점에서 잠과 사랑은 본질적으로 하나다. 사랑이 처음 시작될 때 누구도 이 사랑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지 또 우리를 언제 제자리로 되돌려 줄지 모르는 상태로 그에게 우리의 운명을 맡긴다. 이후 학습을 통해 사랑의 속성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되지만, 최초로 사랑을 감행한 인류는 이 알 수 없는 속성 때문에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가끔이지만 이를 떠올릴 때면 진한 감동을 감출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