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를 바꾸려는 여자, 그 여자를 소유하려는 남자

사랑에 날개 달아주기

by 김광훈 Kai H


Love does not claim possession, but gives freedom. 사랑은 소유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고 자유를 주는 것이다. - 타고르 Rabidranath Tagore 인도의 시인

“Freedom and love go together. Love is not a reaction. If I love you because you love me, that is mere trade, a thing to be bought in the market; it is not love. To love is not to ask anything in return, not even to feel that you are giving something - and it is only such love that can know freedom.” 자유와 사랑은 함께한다. 사랑은 반응이 아니다. 당신이 나를 사랑하기에 나도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시장에서나 살 수 있는 단순한 거래에 불과하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사랑한 다는 것은 되돌려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아니며, 당신이 무언가 준다는 것조차 느끼지 못하 는 것이다. - 그런 사랑만이 자유를 알 수 있다. - 지도 크리슈나무르티 Jiddu Krishnamurti 인도의 철학자



시녀에서 일약 헨리 8세의 왕비로 신분이 수직으로 상승했다가 결국 참수형을 당한 ‘천일의 앤’을 떠올린다. 정치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그녀가 얼마나 좋았으면 가톨릭의 맹주던 열강 스페인과 로마 카톨릭 교회와의 대결을 무릅쓰면서까지 국교를 성공회로 바꾸고 스페인 출신 왕비와 이혼을 감행했을까? 그러던 그가 불과 3년 만에 앤을 처형하고 그녀가 죽은 지 11일 만에 그녀의 상궁 출신 제인 시무어와 결혼하는데 남자가 변심하면 그 악행의 한계는 어딜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쉽게 부풀어 오르는 것들은 절정의 순간이 지나면 이내 사그라

지게 마련이다. 만조 때의 바다가 그렇고 들판의 물처럼 사방으로 흩어지는 남자의 사랑도 그렇다. 여자의 마음은 또 어떤가?


처음에는 사랑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지만, 연인 사이에도 갈등이 생긴다. 서로 뜻이 맞지 않는 이유는 불행한 가정의 모습만큼이나 다양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서로 상대방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막 사귈 때나 결혼 초에도 다툼은 있지만, 대부분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격정적인 사랑의 시기가 지나가고 현실을 직시할 때부터 시작된다. 사람이 매력적이라 해도 허니문만 지나면 별 차이가 없으며 침대의 리넨이나 침실의 조명을 바꾼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다만, 싫증 나기 시작하는 시기를 노력 여하에 따라 연기시킬 수는 있다. 일전에 단골 음식점 건너편에 앉아 식사하던 두 젊은 여성이 말하는 것을 우연히 들은 적이 있다. 한 여성이 자신의 남자 친구가 얼마 전부터 데이트 후에 집에 데려다주지 않는다고 말하자 합석한 다른 여성이 주의해서 잘 지켜보라고 충고했다. 맞는 말이다. 늘 변화를 감지하고 적절히 대응하지 않으면 사랑은 머지않아 떠나게 되어 있다. 고전적이기는 하지만 사랑을 지키는 비결 가운데 아직도 유용한 한 가지는 적당히 질투심을 유발하는 것이다.


사랑은 질투심을 먹고 자란다. 전세(戰勢)를 역전시킬 수 없을 때 질투가 생긴다. 그런데 가장 비참한 상황은 질투가 질투로 끝날 때다. 그릇된 질투심은 《감자》의 복녀나 비제의 《카르멘(원작자: 메리메)》과

같은 비극적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지만, 과도하지 않은 질투심은 사랑에 관성의 힘을 부여한다. 자본주의로 치면 경쟁의 원리와도 같다. 선의의 경쟁이라면 향상과 발전을 위해 이보다 선순환(善循環) 작용을 하는 것도 드물다. 프랑스의 소설가 발자크의 《골짜기의 백합》에서 보듯이 집요한 구애에도 끄떡없던 모르소프 부인을 굴복시키는 미약(媚藥)이 바로 질투다.


누구에게나 사랑의 기회가 오지만 사랑이 자유롭게 비상(飛上)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사랑을 한 차원 높게 승화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나를 포함해 좀처럼 바뀌지 않는 것이 사람이지만, 이제 그나마 개선된 게 있다면 사랑하는 이들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함부로 구속하려 하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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