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기에 가장 좋은 날

구애하는 용기

by 김광훈 Kai H

노트북이라는 영화가 있다. 요양병원에서 듀크는 기억 상실증을 가진 노인성 치매 여성에게 로맨스 이야기를 읽어준다. 스토리의 배경은 1930년대 후반, 부유한 집안 출신의 앨리는 시브룩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다 아버지의 목재소에서 일하는 가난한 노아를 카니발에서 만난다. 노아는 끈질기고 대담한 구애 끝에 앨리와 격렬한 사랑에 빠지지만 사회 경제적 계급 차이가 큰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은 여자 집안의 격렬한 반대에 직면하며 그녀와 함께 뉴욕으로 이사한다.


모든 차이나는 사랑이 그렇듯이 운명의 장난이 개입한다. 그들의 가장 큰 무기는 연인 사이를 이간하는 것이다. 오해를 불러일으켜 사랑의 감정을 검고 두꺼운 커튼으로 막아 서로 볼 수 없게 한다. 노아는 매일 편지를 하지만, 앨리의 어머니에게 차단되어 한 번도 전달되지 못한다. 3년 후 2차 세계대전에 노아와 앨리는 각각 군인과 간호사로 참전하게 된다. 앨리는 부상 군인인 론 해먼드를 만나 데이트를 계속하다 약혼까지 한다. 하지만 오래된 저택을 복원해 신문 광고를 낸 노아를 보고 그를 찾아와 전말을 알게 된 후 부유하고 잘생긴 론을 포기하고 그녀는 결국 사랑을 선택한다. 그 로맨스는 다름 아닌 듀크와 앨리 자신이 주인공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한다. 요양병원에 이들을 찾아온 많은 남녀들과 어린아이들은 한눈에 보기에도 성공한 중산층 가정으로 보이며 사랑이 결실을 맺은 후 그 둘의 이후 인생행로가 어땠는지를 암시하고 있다.



부부 사이가 원만치 않아 노년에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 평소 두 사람만의 몸속에 로맨틱하고 감미로운 추억의 당분을 충분히 저장해야 인생의 극한 시절을 견디는 힘이 된다. 사람은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늙는데 특히 더 늙기 전에 사랑해야 한다. 오래전 여행한 적이 있는 선시티(Sun City)는 노인과 은퇴자들의 천국이다. 그곳에서 있었던 이야기라고 한다. 어떤 연로한 남자가 처음 만난 할머니에게 반해 프러포즈를 했는데 그녀가 예스를 했는지 노를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밤새 고민하다가 다음날 그녀를 만나 물어보니 그녀 역시 전날 만난 할아버지에게 예스를 하긴 했는데 누구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밤을 지새웠다고 한다. 더 늦기 전에 옆에 있는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30세에 아칸소주의 법무 장관이 되었고 2년 뒤에는 가볍게 미국 최연소 주지사가 되었다. 40대 중반에는 대통령이 되어 가장 젊은 나이에 퇴임한 대통령이었다. 그를 평생 뭘 하든 최연소라는 타이틀을 달고 다녔다. 그런 그가 2006년 60세 생일을 맞이했고 마지못해 인생이 변했다는 걸 다음과 같이 받아들여야 했다. “어느 날 일어나 보니 어딜 가도 모임에서 내가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다. 끔찍하게 싫지만 사실이다.” 영원한 젊은이란 없다. 나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한 때 올라갈 때마다 최연소 타이틀을 단 적이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회사 내 최고참이 되어 버렸다. 젊은 시절이 가장 좋지만, 그 연령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행복이 각각 있다는 말이 일리가 있다는 걸 느끼고 있다. 사랑하기 가장 좋은 날은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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