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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Gang Jan 31. 2020

도서관인지 놀이터인지

티비를 통해서 미국의 도서관에 대해서 다큐멘터리를 오래전에 본 기억도 있고, 개인적으로 여행다닐때 항상 근처에 유명한 학교를 들리고 도서관을 가능하면 가본다. 좀 이상하게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그냥 도서관에 앉아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니 안정이 되는 느낌이고, 책을 읽지 않아도 둘러싸여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나만 그러할 수도 있다). 


나 역시 중학교 시절 학교 바로앞에 '남부도서관'이 생겼는데 내 기억에 그곳은 뭔가 새로운 정보를 구하거나 책을 빌리거 간다기 보다는 넓디 넓은 열람실에 자리잡고 참고서를 펴서 공부하는 역할이 다였던 것 같다. 아무래도 남학교/여학교를 엄격히 분리했던 시절이라 여학생들과 같은 공간에 있을 수 있는 공간인 것도 호르몬 분비가 왕성한 청소년 시기에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이기도 했다. 이곳에서 시험준비를 하고 참고서를 하고, 커피를 뽑아먹고 친구들과 공부한다는 핑계로 사실 놀기에 바빴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 보니 사실 동네에서 논다는 형/누나들의 장소가 되기도 해서 한편으로는 조심(?)해야하는 곳이기도 했다. 


사실 그러한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정말 도서관 본연의 역할을 하는 도서관의 모습을 보길 원했던 것일 수도 있다. 


미국에 오고나서 방학때 부터 지역 도서관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이곳에는 대략 타운마다(마을) 도서관이 크던 작던 하나씩 있는게 인상적이었다. 집에서 차를 타고 5~7분 정도면 동네 도서관에 도착하는데 동네 사이즈 치곤 꽤나 큰 사이즈이고, 한쪽 섹션 전체가 어린이 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이곳에 레고도 있고 각종 장난감과 퍼즐 인형들이 놓여 있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키즈카페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꽤나 즐길 것들이 있다. 동네가 거주지역과 상업지역이 철저히 분리 되어 있어 차로 이동을 해야하고 놀이터 들이 있긴 하지만, 그냥 도서관에 가면 책도 있고 DVD도 있고 놀 수 있는 공간도 있어 아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게 인상적이었다.  

무엇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집 주변이나 학교 주변에 아이들을 유혹하는 문방구나 편의점이 없고 대부분 등/하교를 부모님이 차로 직접해주는터라 한국에서 느끼는 약간의 일탈의 느낌 (문방구 앞에 게임기에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거나, 문방구에서 프라모델 조립 로봇을 보며 사고싶어 군침을 흘리는 그런 경험)은 없지만, 한국에서 도서관이 그저 하나의 부속건물이나 중고등학생들 혹은 취업이나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전유물 같은 느낌이 있다면, 미국에서는 도서관이 전 연령을 대상으로 커뮤니티의 중심이 되는 느낌이 색달랐다. 물론 다른 즐길거리를 찾으려면 꽤 먼거리를 이동해야하는 문제 점도 있을 것이다. 


현재 Maryland의 Worcester County의 여름방학은 대략 6월 15일 부터 9월 첫주까지 대략 3달이 조금 안되는 긴 시간인데, 아무래도 부모님들이 일을 해야하는 관계로 많은 수가 다양한 Summer Camp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것에 대해서는 별도로 이야기를 또 다뤄보겠다). 우리는 처음와서 아직 Summer Camp도 모르고 언어적인 문제도 있어서 그냥 도서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여름이 되면 도서관에서도 아주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어린이 들이 좋아할만한 마술쇼부터, 각종 동물을 데리고 와서 보여주기, Science project, 만들기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아울러 책을 접하게 하기 위해서 Reading log를 적게 하고 많이 읽은 친구들에게는 방학이 끝날 때 많은 선물을 주기도 하는 등의 노력을 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도서관에서 일하시는 많은 분들은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 많은데 아마 자원봉사를 하시는 것 같았고, 도서관에서는 기본적으로 모든 것이 공짜이긴 하지만, 유료멤버도 있어서 기부와 같은 개념으로 약간의 돈을 내기도 한다. 유료멤버는 가끔하는 이벤트에서 우선권이 주어지는데 일년에 한번 도서관에서 가지고 있는 중고책들을 창고대방출을 하는데 동네인데도 사람이 엄청나다. 그 유료멤버에게는 하루전날 미리 둘러보고 살 수 있게 하기도 한다. 이때면 왠만한 책들을 정말 저렴한 가격에 (under $2 대부분) 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도 하다.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지역학교와의 연계인데, 여름이 되면 학교 선생님들이 매주 한번 그룹을 짜서 도서관을 방문한다. 그곳에서 Storytime (책을 읽어주는)을 가지고 아이들이 여름을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묻기도 한다. 선생님이 안계실 때는 도서관에서도 자원봉사자들이 Storytime을 해주시는데 아이들이 정신을 쏙 빼고 쳐다보기도 한다.  


실컷 뛰어 놀다가 지칠때면 책을 꺼내고 바닥에 철푸덕 앉아서 책을 보기 시작한다.
학교 선생님들이 오셔서 Storytime 책을 읽어주시고, 아이들이 여름을 어떻게 보내는지 묻기도 한다.


아무래도 도서관이 그런 역할을 하고 커뮤니티의 중심이 되다보니 서로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이곳에서 비슷한 나이 또래의 아이를 만나면 이런저런 정보를 얻기도 한다. 우리의 경우 정말 아는게 하나도 없었기에 그렇게 만났던 다른 부모들께 이런저런 Activity를 묻기도 하고 다음에 만나서 다시 놀자고 이야기를 하기도 하였다. 아이들이 아주 시끄럽게 떠들지는 않지만 '정숙'해야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고 편하게 이야기 하고 놀고 연극하기도 하는 면에서 도서관을 편하게 여기게 하는 분위기가 있다. 


첫 여름 한달이 조금 안되는 시간 밖에 없었지만, 도서관에 꽤나 자주왔던 것 같다. 아이들은 놀이공간에서 놀고, 나는 어른들이 책 보는 곳에서 아주 편안한 의자에 앉아서 수업을 준비하곤 하였다. 둘러보면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 들이 쇼파에 앉아서 신문을 읽기도 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영화에서 봤던 장면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커뮤니티 룸에서는 할머니들의 취미생활 동호회 모임이 열리기도 하고, 북클럽이 열려서 할머니들의 열띤 토론 장면을 엿볼 수 있었는데, 그것에서 전 연령이 즐기는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개학을 하고 학교에 갔더니 한국의 학교에서는 건물 한쪽에 도서관이 있었는데, 이 학교는 학교 정중간에 넓게 오픈 스페이스로 도서관이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지나가다 Media center (도서관과 각종 컴퓨터, 아이패드 등을 이용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에서 다양한 컨텐츠를 얻을 수 있다. 한국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자료들을 제공하는 업체가 많이 있는데 대부분 유료로 꽤 많은 돈을 주고 가입을 해야하는데, 도서관도 그렇고 학교에서는 미리 구입을 해서 아이들이 아주 다양한 미디어를 접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2019년 학회차 보스턴에서 갔던 Boston Public Library는 시골 동네에서 보던 도서관과는 차원이 달랐고 정말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다. 물론 박사과정때 데이터 수집을 하면서 자주 갔던 New York Public Library는 유명한 관광 장소이기도 하다. 한때 한국에서 인문학이 유행처럼 인기를 끌었는데, 이런 하드웨어적 투자와 도서관 문화에서 미국의 인문학적 힘이 오는 것 같다.

 

Boston Public Library


Boston Public Library 로비 한편에 카페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라디오 방송 스튜디오가 있었다. 실제 방송을 하기도 했다
왠지 저기 앉아서 책을 읽어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
그 규모와 소장자료가 엄청났던 New York Public Library
영화에서도 종종 나왔던 NYPL 내부, 별거 아닌것 같은데도 앉아야 할 것 같은 분위기
미국에 돌아와서 자료조사차 갔던 국회도서관, 이곳도 내부가 정말 멋있다 (Library of Congress, DC)

출처: https://07701.tistory.com/147 [강박의 2 c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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