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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Gang Feb 05. 2020

교수는 방학 때 뭐하나요?

블로그를 하다 보니, 어떠한 검색어로 블로그에 접근하는지를 알 수가 있는데 좀 재미있었던 검색어가 "교수는 방학 때 뭐하나요?"였다. 한국과 미국은 약간 차이가 있긴 하지만 한 학기가 대부분 16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총 32주가 수업이 있고, 나머지 20주가 방학이라고 보면 된다.  


나의 친구는 물론이고 모든 직장인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이 방!학!인데, 사실 한국 교수, 미국 교수되기 편에서 이야기를 했지만, 이 방학은 내가 교수를 하게 된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20주면 1달을 4주로 고려할 때 5개월이 되는데, 과연 교수들은 이 기간 동안 무엇을 할까? 


물론 교수는 연구를 하는 직업이다. 그것이 논문으로 결과가 나오는 직접적인 연구 이외에도 보다 나은 티칭을 하기 위해 고민을 하거나 새로운 교수법을 시도하고, 새로운 수업 콘텐츠를 만드는 것 역시 일종의 연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이 직업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머리가 쉬지 않는다'이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신문을 보거나 뉴스를 보더라도 자신의 연구와 빗대어 생각의 줄기를 뻗어 나가게 하기 때문에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하물며 학교나 사무실에서 벗어난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막혀 있는 연구에 대한 생각을 하거나 새로운 연구 아이디어를 생각하거나 쉴 새 없이 움직인다. 가끔은 그래서 퇴근을 하면 on/off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학생들의 경우 보통 4~5과목을 전적으로 수업을 듣기 때문에 항상 벅차다고 생각을 하고, 그런 반면에 한 학기에 1~4과목 (연구중심대학의 경우는 학기에 1과목을 가르치기도 하고, 교육중심의 학교 같은 경우에는 4과목 혹은 그 이상을 하는 경우도 있다)을 가르치는 교수들이 때론 '좋겠다' 혹은 '편하겠다'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이 가르친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한 주에 두세 과목 가르치는 것도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든데 하루 종일 교육하시는 선생님들은 어떨지 감히 상상이 안 간다 (모든 선생님들 존경합니다). 이렇게 학기 중에 강의가 일어나면 강의 준비와 채점, 새로운 자료 수집 등으로 사실 정신이 없다 (물론 나 역시 그런 교수님을 만난 적이 있지만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강의 자료를 그냥 읽는 교수님도 있다). 그렇기에 학기 중에는 사실 다른 것을 할 심적인 여유가 없다. 특히, 연구라는 것이 내 일정 중간에 30분이 있다고 뭔가 반짝 30분을 하면 결과가 또 그만큼 나오고 하는 것이 아니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방학이 되면 대부분의 교수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연구활동에 많은 시간을 쓰게 된다. 미국에서는 교육/연구/서비스 외에 다른 활동을 강요받지는 아니한데, 한국의 경우에는 외부에서 연구과제 수주 활동도 하나의 큰 활동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방학 때 주로 연구활동과 연구과제 수주 및 수행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 연구과제가 중요한 것이 교수가 연구과제를 수주하면 그 연구비의 일부를 간접비 형태로 학교에 내게 되는데 학교 입장에서도 재정이 상당한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를 장려하는 경우가 많고 평가에 직접적으로 반영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생각보다 할 것들이 많이 있다. 교수 본인에게도 이러한 활동은 자신의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거나 과외 소득이 될 수 있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편이다. (사실 학교에서도 이 점을 고려해서인지 교수 연봉 자체는 그리 높지 않은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도 물론 이를 장려하는데 그래도 기본적인 연구는 할 수 있을 정도는 지원하는데 한국은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아서 이 연구과제를 많이 하시게 된다. 그래서 방학이 돼도 사실은 꽤나 분주하다. 


미국은 조금 특이한 것이 대부분 학교들이 여름을 제외하고 9개월 혹은 10개월 계약을 한다. 즉 나머지 2~3개월은 자신이 원하는 걸 할 수가 있다 (학교에 따라 다른지 모르겠지만, 내가 있는 학교의 경우 급여는 2 주급으로 방학에 상관없이 26번으로 나누어 나온다). 그래서 여름이 되면 학교가 텅텅 비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별도의 연구과제를 따오면 자신에게 좋긴 하지만, 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도 않고 대부분의 교수들이 하려는 생각도 안 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금 현재 다니는 학교만의 분위기 일 수도 있다). 그래서 많이들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여행을 다니거나 하는 경우가 많이 있고, 계절학기를 강의하여 연봉 외에 부수입을 꾀하는 교수들도 있다. 초기  Tenure-track의 교수들의 경우는 사실 방학 때 연구를 집중적으로 수행해야 Tenure를 받을 수 있기에 대부분 자신의 연구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학기 시작이 다가오면 수업 준비를 하게 된다. 계약에 따라서 이 방학 동안 연구비를 지원받고 연구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학교 내부의 펀드를 이용하여) 


좀 일반적인 이야기를 나눴는데, 나의 경우는 대부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특히 Ocean city라는 Maryland의 '해운대'정도 되는 곳이라 아이들과 바다에 가서 시간을 많이 보냈고, 리디북스로 엄청 쌓아두었던 책을 읽는다던지, Netflix를 본다던지, Audible을 듣는다던지, Podcast를 듣는다던지, 요리를 배운다던지, 주변 산책을 하던지, 운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물론 연구와 티칭 준비도 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시간여유가 많은 편임은 부인할 수가 없다.


지난 겨울방학에는 블로그를 다시 살리기 시작하여 책을 쓰고 있다. 무엇인가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하기 위해서, 최근에 고민은 여기저기서 교육(특히 대학 교육)이 다른 세상 변화에 비해서 너무 느리다는 비평을 많이 받고 있어서, 어떻게 하면 보다 나은 대학교육을 할 수 있을지 이런저런 고민과 자료를 수집하는데 시간을 보냈고, 앞으로도 아마 계속 이 분야에 대해 공부를 할 예정이다. 


올해 이와 더불어 특히, 여름방학 때 교과서를 한번 써보려고 한다. 잘 지켜질지는 모르겠지만, 


이렇다 보니 아주 많은 side project들이 생기는 것 같다. 정원 가꾸기, 작은 가족농 장가 꾸기, 초보 집수리공, 팟캐스트 진행자, 초보 작가 지망생, 백종원 요리 따라 하기, Netflix & Ridibooks binge watcher,... 또 앞으로 어떠한 일이 늘어날지, 


올여름 방학이 또 기대된다.



출처: https://07701.tistory.com/153 [강박의 2 c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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