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엄마처럼 사랑하지 못했을까

나를 먼저 지키고도, 그걸 사랑이라 불렀다

by 관희

엄마는 평생 나를 위해 살았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그 말이 흔하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그 문장을 부정할 수가 없다. 어릴 적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사랑을 받았다. 밥을 먹지 않아도, 공부를 못해도, 말을 함부로 해도 엄마는 늘 내 편이었다. 조건이 없었다. 계산도 없었다.


그런데 나는 엄마가 시한부라는 말을 듣고도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 나는 울었지만, 어딘가 한편으로는 내 삶이 어떻게 될지부터 계산하고 있었다. 병실에 앉아 엄마의 링거를 바라보면서도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시간이 언제 끝날까.’ 그 생각이 떠오른 순간, 나는 스스로를 혐오했다. 엄마는 내 인생을 위해 자신의 청춘을 다 써버린 사람인데, 나는 왜 이 시간을 끝내고 싶어 하는 걸까. 나는 엄마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도망칠 출구를 찾고 있었다.


엄마는 아픈 몸으로도 나를 걱정했다.


“너 밥은 먹었어?”
“회사 일은 괜찮아?”
“엄마 때문에 많이 힘들지?”


시한부 판정을 받은 사람이 끝까지 나를 보호하려 했다.


그런데 나는 건강한 몸으로도 엄마를 향해 완전히 기울어지지 못했다. 나는 지키고 있다고 믿었지만 사실은 버티고 있었을 뿐이다. 엄마의 통증을 대신 겪을 수는 없었고 엄마의 죽음을 대신 받아낼 수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괜찮은 아들인 척 서 있었다. 헌신은 끝까지 자신을 내어주는 일이다. 나는 내 삶을 조금은 남겨두고 싶었다. 엄마는 항상 내 전부를 가져도 좋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왜 끝까지 내 전부를 내어놓지 못했을까.


사랑이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나는 원래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일까. 나는 병실 복도 끝에서 손톱 옆에 자란 티끌을 만지며 한참을 서 있었다. 들어가면 다시 엄마의 손을 잡아야 하고 웃어야 하고 괜찮다고 말해야 한다. 나는 문을 열기 전에 잠깐 숨을 골랐다. 엄마는 나를 위해 평생을 다 내어주었는데, 나는 왜 이 문 하나를 여는 일에도 마음을 모아야 하는 사람일까.


나는 여전히 엄마를 사랑한다. 그러나 그 사랑은 엄마의 사랑만큼 단단하지 못하다. 엄마는 끝까지 나를 지켰는다. 나는 끝까지 나를 먼저 지켰다. 이 부끄러운 사실을 나는 이제야 인정한다. 그런 아들의 회고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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