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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의 하루 Dec 31. 2022

굿바이 2022, 어게인

올해는 본격적인 위드코로나 시대에 들어서면서 작년보다 더 많은 일들이 있었다. 사람들이 다시 만나고, 거리를 채우면서 세상이라는 거대한 쳇바퀴를 조금씩 돌리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올해를 가장 축약할 수 있는 단어로 ‘Again’ 을 뽑고 싶다.


Again 1. 다시 만난 사람들

2년 전인, 2020년 초부터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전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도 높게 시행했다. 중간에 정책의 변화가 조금씩 있었지만, 4인 이상 집합금지, 5인 이상 집합금지 등의 정책이 2년 가까이 펼쳐졌다. 덕분에 대외 활동 및 친구들을 만나는 것은 물론이고 가족들도 만나기 어려웠다. 부모님을 만나러 갈 때도 인원 수를 세봐야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회사도 재택근무를 하거나 점심 식사를 도시락 배달로 각자 격리된 자리에서 먹는 형태로 2년을 버텼다. 사람들과의 거리두기는 물리적인 거리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인간관계에서도 큰 벽을 만들었다.

2022년 봄부터 조금씩 사회적 거리두기와 실외 마스크가 해제되기 시작했다. 못만나던 친구들을 다시 만나고, 회사에서도 다같이 모여 점심식사를 하며, 가족들과 만나는 일도 제법 자연스러워졌다. 텅 빈 거리는 쏟아져나오는 사람들로 붐볐고 산과 자연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는 것도 가능해졌다. 2020년 전까지 ‘일상’이라고 여기던 사회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Again 2. 다시 발생한 참사

휴전이라는 점만 빼고 보면 한국은 전세계에서 굉장히 안전한 나라 중 하나이다. 유럽처럼 테러와 전쟁이 있지도 않고, 북미처럼 총기사고가 발생하지도 않으며, 남미와 아프리카처럼 치안이 안 좋은 것도 아니다. 지역 범위 설정 서울로 한정지으면 더욱 안전해지는데, 어느 시간에 서울 길거리를 걷는다고 해도 범죄의 타겟이 될 확률이 다른 국가, 지역에 비해서 낮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는 가장 안전한 서울 중심의 한복판에서 2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나온 믿기 힘든 참사다. 이 사건을 보면 8년 전 ‘세월호 참사’가 생각난다. 가해자가 특정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분노의 화살은 결국 시스템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97년생 세월호 세대라는 단어도 나왔다. 청소년 기에는 세월호 참사를, 성인이 되어서는 이태원 참사를 겪은 세대라는 의미다. 기성세대, 시스템,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그 어느때보다 커진 세대이기도 하다.


Again 3. 다시 간 월드컵 16강

패딩을 입고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응원하는 광화문을 보니 쌀쌀해진 날씨에 월드컵을 한다는 게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사상 처음으로 겨울에 열리는 월드컵이었지만 뜨거운 열기만큼은 여름 못지 않았다. 치킨 업계의 특수는 예상한대로 였고, 2002년 월드컵 20주년을 돌아보는 다큐멘터리들과 국대 역사상 가장 강한 스쿼드로 평가받는 국가대표 선수들 덕분에 월드컵에 대한 기대감과 분위기는 한 껏 올라왔다. 극적인 3차전은 대한민국이 조 4위에서 2위로 올라오는 기적과 같은 결과를 낳았다. 12년만의 16강보다 더 기쁜 것은 지고 있던 경기를 종료를 불과 몇 분 앞둔 92분에 뒤집었다는 점. 응원하면서 간절하게 원한 1골이 들어갔을 때 그 짜릿한 기분은, 축구 경기가 끝나고 나서도 여운을 남긴다. 정말 간절하고, 최선을 다하다보면 이뤄질 수도 있다는 동화 같은 결말이었다.


Again 4. 다시 만난 전쟁.


항상 전쟁이 끊이지 않는 중동과 심각한 내전이 이어지고 있는 아프리카, 국경선을 기준으로 항상 부딪히고 있는 가자지구 등. 지구촌에는 전쟁이 멈춘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 전쟁들과 우리는 물리적으로 거리가 멀다. 또한 수 십 년간 전쟁이 멈추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은 우리 삶에 큰 영향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 발발한 우-러 전쟁은 전쟁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전쟁이 멀리 있지 않으며, 우리 삶, 물가와 금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알려주는 전쟁이다. 당장 우리가 받는 충격은 물가 상승을 비롯한 경제적 인플레이션이지만, 심리적인 부분에서 받은 임팩트도 크다. 현대 시대에서도 이렇게 거짓말처럼 비이성적인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경고장을 받은 기분이랄까? 당장 코 앞의 중국과 대만, 그리고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북한과 대한민국의 분쟁도 어느날 갑자기 전쟁으로 태세가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Again 5. 다시오는 경제 위기

코로나 시기는 미묘한 경제적 모순이 공존하는 시대였다. 아마도 현재 재테크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시장이었을 것이다. 코로나 초기, 전염병에 대한 우려로 주식시장은 바닥을 향해 떨어졌다. 이를 살려내기 위해 연준과 미국, 대부분 모든 나라에서 돈을 풀면서 금리는 1%대까지 떨어졌다. 덕분에 최저 금리에, 주식과 가상화폐, 부동산 같은 자산은 떨어질줄 모르고 치솟기만 했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들어서면서 축제는 막을 내렸다. 연준은 풀었던 돈을 회수하고 있고 금리는 6~7%까지 올라왔다. 자산의 가치는 금리 상승폭만큼이나 가파르게 내려가고 있다. 거기에 우-러 전쟁으로 원자재 및 연료난으로 세계 경제는 엉망이 되가고 있다. 내년도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은 2%에서 1%대로, 심지어 0%대를 예상하는 기관도 나오고 있다.


Again 6. 다시오는 기후 위기

이상 기온, 지구 온난화는 20년 전부터 많은 논쟁이 있는 주제였다. 지구 온난화가 실재하는 것인지? 그리고 실재한다고 해도 그것이 인간이 핵심 원인인지에 대한 논쟁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동일하게 나오고 있다. 20년이라는 세월동안 수 많은 데이터가 쌓여 지구 온난화는 현실임을 증명하고 있지만, Don’t look up. 현실을 보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리는 사람들이 아직도, 여전히 많다. 하지만 올해는 고개를 돌리고 있던 사람들도 어쩔 수 없이 하늘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여름에는 전 세계적인 폭우로 파키스탄은 국가 전체가 잠겼고, 사막에 물이 가득찼다. 대륙을 가리지 않고 많은 피해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이번엔 겨울. 지구온난화로 인해 시베리아 기후에도 이상이 생겨 전세계적인 한파와 폭설이 찾아왔다. 이제는 지구온난화, 이상 기온 같은 평온한 단어를 쓰지 않는다. 우리는 이제 기후 위기에 직면해있다. 과연 인간은 소행성이 지구에 추락하는 그 순간까지도 Don’t look up 할 수 있을까?


Again 7. 또 다시 중국발 코로나 바이러스

사회적 거리두기와 실외 마스크 해제가 다시금 익숙해지는 시점에 중국은 제로코로나 정책을 갑작스럽게 풀어버렸다. 덕분에 중국은 지금 코로나와의 사투에 빠져있다. 같이 일하는 중국 파트너사에 이야기를 들어보면 누가 걸렸고 집에서 쉬고 있는지 파악이 안될 정도로 빠른 속도로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모양이다. 서서히 위드 코로나 체제로 가면서 확진자 수를 컨트롤하지 않고, 제로 코로나에서 위드 코로나로 급변하는 바람에 중국 당국은 확진자 수 통계조차 포기했다. 10억 명의 인구에서 또 얼마나 많은 변이가 발생할지. 기껏 찾은 위드 코로나가 사라지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는 2022년의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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