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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의 하루 Jun 15. 2024

26주 차 - 곧 만나요!

최근에는 겪고 있는 모든 일마다 태어날 아이들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예를 들면, 처가댁에 가서 가족 6명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밥을 먹을 때면, 태어날 아이들까지 8명이 앉기에는 식탁이 좁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최근 듣고 있는 사이버 민방위 교육을 들으며 ‘우리 아이들이 성인이 될 시절에는 군대를 가게 될까?’, ‘그때도 통일은 어려운 상황일까?’, ‘저출산으로 현역 자원이 매우 부족 해질 텐데 기한은 늘리지 않을지?’ 이런 식으로 다양한 상상의 나래를 가지치기해나가는 방식이다. 민방위 교육에서 전시 상황이나 그에 준하는 비상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우리 두 아이들을 어떻게 데리고 피난을 가거나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을까 상상(더 자세히는 양쪽 겨드랑이에 아기를 한 명씩 끼고 달리는 모습 상상). 너무 나간 헛된 망상이긴 하지만, 부모가 된다는 건 모든 방면에서 걱정거리가 생긴다는 말과 동일하니깐, 작고 사소한 것들도 걱정과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는 아이가 두 명이다. 만약 과녁이 하나라면 최선을 다해서 온 힘을 하나의 목표에 쏟을 수도 있겠지만, 과녁이 두 개라는 의미는 하나에 모든 것을 쏟아낼 수 없다는 것. 단태아에 비해서 부모의 사랑을 절반 밖에 받지 못한다는 것에 미안하기도, 사랑을 넘치게 주지 못해 아쉽기도 하다. 우리는 말은 서툴러도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곁을 내어주는 가족이 되길.


아내가 점점 더 만삭에 가까워지면서 아이들의 태동도 더 강하게 느껴진다. 이제는 단순히 태동이라고 보기에는 제법 나름의 의사표현도 담겨 있다. 어느 순간에는 빨리 문을 열러 달라고 문을 두드리는 사람처럼 연속적인 태동이 올 때도 있고, 마치 엄마아빠와 숨바꼭질을 하자는 것처럼 톡톡 두드리고 사라지는 날도 있다. 분명 우리 부부는 아이들과 같은 공간에서 7달 가까이 같이 지내고 있는데 서로 얼굴도 제대로 모른다. 아내는 초음파 사진을 기반으로 아기 얼굴을 추정해 주는 AI 서비스인 ‘베이비 페이스’를 유료로 써보자고도 했지만, 우리는 가짜가 아닌 진짜를 10월에 만나기로 이야기했다.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다. 곧 서로 얼굴을 보자 아기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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