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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의 하루 Jun 21. 2024

27주 차 - 만삭사진

27주 차에는 만삭 사진을 찍었다. 단태아 산모였으면 만삭 사진을 찍을 만큼 배가 나오지 않았을 텐데 쌍둥이 맘인 아내는 이미 만삭 사진을 찍어도 될 만큼 배가 이쁘게 볼록 나와 있었다. 만삭 사진 촬영은 산후조리원 연계로 있는 업체로 선정했다. 보통 이 업계는 만삭사진은 무료로 찍어주고 그 이후 아이들 50일, 100일, 돌 사진까지 패키지 결제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홍보를 하는 방식이다. 따로 유명 프랜차이즈 스튜디오를 예약할 수도 있지만, 업체를 선정할 때 집과 가까운 곳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50일, 100일 촬영 때 아이들을 차에 태워서 30~40분씩 돌아다닐 계획이 아니라면. 우리가 산후조리원에서 소개받은 업체는 인터넷에서 평이 좋지 않아 아내는 걱정이 많았지만 집에서 차로 7분 거리이고 주말에 사진이라도 찍어보자는 심정을 방문했다. 시설 자체는 오래되고 주차도 불편했지만 우리 부부를 항상 웃게 만들어주는 사진사와 스태프 솜씨를 보니 마음에 들었다. 다른 것보다 기다림 없는 공장식이라 좋았다. 바로바로 사진을 찍고, 뒤에서 SD카드를 건네받아 바로 편집을 시작하고, 우리는 10분 정도 기다렸다가 보정본을 만나볼 수 있는 시스템은 공장형 스튜디오답게 빠르고 효율적이라 좋다.


컨베이어벨트처럼 진행 순서도 정해진 대로 척척 진행된다. 예비 부모들이 예약한 대로 방문해 방에 들어가고 사인을 하고, 아빠는 아기들에게 편지를, 엄마는 메이크업을 하러 간다. 손 편지를 종이를 깔고 펜을 드니 어색하다. 생각해 보니 편지라는 것을 결혼한 이후에는 더는 쓸 일이 없어 정말 오래간만에 써본다.

안녕 모봉이들!
아빠가 처음으로 너희들에게 편지를 써봐. 이제 70일 뒤면 너희들도 세상에 나오겠구나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엄마도, 아가들도) 만날 수 있길 아빠는 기대하고 있어. 한 번에 두 명이 찾아올지는 몰랐지만 한 번에 가족이 두 배로 늘어나서 북적이는 우리 가족의 모습이 어떨지 궁금하단다. 엄마 아빠와 즐거운 추억 많이 만들어보자. 지금은 좁은 엄마 배 속에서 서로 불편하게 붙어있지만 세상에 나오면 서로 둘도 없는 형제이자 평생의 친구로 사이좋게 지내길 바래! 엄마 말도 잘 듣고 남은 70일 동안 엄마 덜 아프고 덜 힘들게 해 주렴. 사랑하고, 엄마 아빠에게 찾아와줘서 고마워, 곧 만나자~!

오랜만에 아내의 풀메이크업 한 모습을 보니 결혼식 때 생각도 나면서 기분이 이상했다. 우리 둘 다 그때에 비해서 크게 바뀐 건 없는 것 같은데 우리 가족은 2배나 늘었다. 텐션 넘치는 사진가와 스태프 덕분에 편하고 빠르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사진을 보고, 영상을 보니 아이들 돌 사진까지 계약했다. 조금 비싸게 느껴지더라도 우리가 2명을 동시에 키우면서 집에서 이쁘게 사진을 찍어줄 자신이 솔직히 없다. 둘이 따로 혹은 같이 찍은 이쁜 사진을 남기는 게 필요할 것 같아 진행했다. 스튜디오에서는 친절하게 조리원 사진 날짜와 50일 촬영 날짜를 설명해 줬다. 아직 세상에 나오지도 않은 아이들과 예약을 잡는 기분은 묘하다. 당장이라도 옆에 있는 것 같은 느낌. 편지처럼 아기들이 70일 동안 엄마 덜 아프고 덜 힘들게 해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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