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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의 하루 Jun 08. 2024

25주 차 - 여름 휴가, 2층 집, 그리고 쌍둥이

하루가 다르게 아내의 배가 불러오고 있다. 배만 불러오면 상관이 없는데, 몸이 점점 무거워지다 보니 여름이 더 무덥게 느껴지는 듯하다. 7월의 여름, 가족 여행으로 강릉을 다녀왔다. 장인어른, 장모님, 두 처남, 아내, 나, 그리고 배 속 모봉이 까지 해서 총 8명 대가족 여행. 앞으로 언제 이렇게 다 같이 여행을 떠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기에 처음으로 대가족이 모두 여행을 떠났다. 서울에서 강릉까지 가는 긴 시간 동안 아내와 아이들이 잘 버틸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아내는 역시나 바깥에 나가면 활력을 얻는 타입이라, 여행 짐을 싸들고 바깥으로 나가니 더 밝아지고 기운이 생겼다. 성인 6명이 머물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 호텔보다는 에어비앤비 같은 곳을 선호했는데, 마당이 있고 2층 집에, 간단한 수영을 할 수 있는 적합한 장소를 찾아서 예약을 했다. 사진만 보고 예약을 했는데 실제로 보니 더 만족스러운 집이었다. ‘마당이 딸린 2층 집’이라는 키워드는 더 넓고 꿈꾸는 집으로 가고 싶어 하시는 장인어른과 장모님의 니즈와도 어느 정도 부합했고, 아이들과 마당 있는 집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우리 부부에게도 좋은 경험이었다. 집을 돌아다니면서 살펴보다 보니, 이건 숙박 영업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 아니라 직접 살기 위해지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신경 써서 만든 공간이며, 좋은 자재, 그리고 곳곳에 놓인 소품 브랜드, 시설 자체의 꼼꼼함이 손님을 위한 것이라기에는 너무 과한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아내는 컨테이너 박스에 채워진 물에서 수영을 하기에는 이미 배가 너무 나왔기 때문에 구경만 하고 몇몇 가족들만 작은 수영장에서 물속 자유를 즐겼다. 고기를 구우려고 전화를 했더니 사장님이 내려오셨다. 공교롭게도 두 딸 쌍둥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어머니를 모시고 있기도 하고, 건축일을 하면서 숙박업도 새롭게 시작한 사장님이었다. 숙박하는 내내 초등학생도 안된 여자아이 두 명이 우리 주변을 구경하고 있길래 어디서 왔나 싶었는데, 이곳 사장님네 딸이었던 것이다. 우리도 남자 쌍둥이 임신 중이라는 이야기를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쌍둥이 부모끼리는 무언가 알 수 없는 ‘연대’ 같은 게 나타나곤 한다. 마치 전혀 같이 생활도 해 본 적이 없지만, 같은 해병대 출신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결속력이 생기는 것과 같이. 어쩌다 쌍둥이 부모와 당근거래를 하면 느껴지는 그 격려 어린 육아선배님의 시선과 조언이 있을 때가 있다. 이 날도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

이 2층 집이 원래는 사장님 오빠가 살려고 지은 집이라고 한다. 그러다 오빠가 떠나고, 숙박업을 시작해 봤다는 사장님의 친절한 설명. 평일에는 서울에 있다가 주말에만 아이들과 이곳으로 내려온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이 자연환경에 아이들을 주말마다 데려온다는 이야기에 우리 부부는 너무 부러웠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런 환경에서 뛰어놀게 해 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라는 막연한 꿈만 꿔본다. 양가 부모님 모두 서울을 떠날 생각이 없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에게 이러한 환경을 제공하려면 우리가 직접 집을 구하거나, 이렇게 에어비앤비를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건축학과를 나오면 이런 삶을 살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 건가? 하는 건축학과에 대한 궁금증이 남았다.

평소에 5명이 시간을 모두 맞추기가 어려워 한 번도 모든 가족이 여행을 떠나본 적이 초등학교 때 이후로 처음인 처가댁 식구들에게는 매우 오랜만에 가족여행이었고, 나도 처가 식구들 모두와 떠나는 첫 여행이었다. 이전에도 몇 번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는데, 아내는 모봉이가 태어나면 못 간다는 아내의 강한 설득에 모두 맞춰 놀러 갈 수 있었다. 모봉이 들은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가족들의 단합을 이끌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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