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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의 하루 May 27. 2024

24주 차 - 리액션

회사 사람들끼리 점심시간에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강제 아들둥이를 오픈하게 돼서 주변에서 엄청난 리액션을 받았다. 이 시기에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로는 ‘축하한다는 이야기‘와 ’ 앞으로 고생하겠다 ‘는 이야기가 많다. 특히 쌍둥이 임신이 이전에 비해 많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쌍둥이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해서 사람들이 더 특별하게 관심을 받는 경우가 많다. 평소에 받지 않는 관심을 받다 보니 한 마디씩 응원을 주는 분들에게는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


내가 임신 소식으로 다양한 리액션을 받다 보니, 나중에 주변 임식/출산 소식에 나도 어떤 식으로 축하를 해주면 좋을지 생각해 본다. 개인적으로는 임신 소식에는 조용히, 그러나 환하게 웃으며 응원과 축하를 해주는 게 어떨까 생각이 든다. 가끔 조언이라고 육아로 인해 앞으로 얼마나 고생할지 시뮬레이션을 들려주시는 분들이 있다. 그분들도 도움을 주고 싶어서 해주신 이야기겠지만, 실질적인 도움도 안 될뿐더러 듣는 입장에서는 그렇게 유쾌하지 않았다. 나도 혹시나 육아를 하고 나서 그런 고생길 시뮬레이션을 주변에 건네지 않을지 나중에 주의를 해야겠다.


필요한 육아용품이 뭐가 있는지 출산 선물을 물어보시는 분들에게는 아직 똑 부러진 답을 하지 못했다. 뭐가 필요하고, 뭐가 필요 없는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아기 옷이 가장 무난한 선물인 것 같은데, 아기 옷을 생각하면 언제 입을 수 있을지 아직 까마득한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아직 계절이 한 번은 더 바뀌어야 우리 모봉이가 찾아오겠지만 그리 멀지 않았음을 피부로 느끼는 일도 있었다. 회사 일정과 출산 일정이 겹치기 시작한 것이다. 회사에서 나를 포함한 일부 인원들이 진행하는 외부 발표 일정이 하필 출산예정일쯤이다. 거의 하루 이틀 차이라서, 외부 발표 참가를 못한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출산예정일을 조금 조정해야 할지 아내와 논의를 했다. 당연히 회사보다는 가족이 먼저고 아이들이 먼저다. 하지만 쌍둥이 출산일은 항상 애매모호해서 그때 이미 출산을 한 뒤일지, 아니면 출산까지 1주일은 더 버텨야 하는지 상황을 알 수가 없기 때문에 판단을 하기가 어렵다. 외부 일정을 참가 못한다고 말했는데 막상 이미 출산 후 휴가까지 갔다 온 상황일 수도 있고, 출산일이 밀려서 출산일까지 시간이 1주일 넘게 남았을 수도 있다. 미래를 알 수 없는 게 쌍둥이 부모의 숙명. 일단은 아내와 논의 끝에 외부 발표는 참가하는 것으로 했고, 그때 가서 상황을 다시 보자고 이야기했다. 우리는 더 이상 홀 몸이 아니기에 그 어느 것도 자신 있게 ‘확신’할 수 없어졌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임기응변하는 능력은 부모에게 요구하는 가장 큰 자질 중에 하나다. 아직 배 속에 잠들어있는 아이들이 내 현실 일정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아이들의 존재감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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