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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의 하루 May 13. 2024

23주 차 - 아이들이 온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전자장치들에는 '클럭'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클럭'은 0과 1이 무수히 반복되는 기준 속도와 시간을 의미한다. 이는 컴퓨터의 CPU 사양을 설명할 때 주로 사용되는 '기가헤르츠' 단위로 표현될 수 있다. 이 '클럭'은 컴퓨터가 얼마나 빠르게 작동할 수 있는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우주에도 '클럭'과 비슷한 개념이 존재한다. 중성자별 중 일부는 빠르게 돌아가는 자전축과는 별개로, 중성자별의 남극과 북극에서는 전자기파가 발생하는데 이 전자기파는 매우 규칙적인 패턴으로 깜빡이는 현상을 보여준다. 이러한 중성자별을 '펄사'라고 부르며, 그 깜빡임의 패턴을 통해 시간과 거리를 측정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시간을 측정하는 것은 규칙적인 반복이 있어야 가능하다. 매일 같은 일과를 반복하면서 살아가는 직장인에게는 시간 개념이 점점 더 무뎌진다. 어느 순간 멈춰 뒤를 돌아봐야지만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간 것을 느낀다. 벌써 내가 35살이고, 7년 차 직장인이구나 하는 소회.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려 하루하루 흘러가는 앞을 바라본다면, 또다시 빠르게 시간이 흐르는 것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반복되는 일상은 일 단위로, 주 단위로, 월 단위로도 하염없이 흘러가버린다. 나를 지나가고 있는 시간이 무슨 속도로 나아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때로는 바다 위에서 표류하는 스티로폼 같이 느껴진다.


아이들이 생기면서 내 시간적 관념에도 변화가 생겼다. 반복되는 삶 속에서 아이들이 커져가는 모습이 일종의 ‘클럭’이나 ‘펄사’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초음파 사진 속 점점 더 사람 형태를 갖추는 아이들의 시각적 변화와, 매일 같이 찾아오는 태교시간에 볼록한 아내 배 위에 얹는 손의 위치가 높아지면 시간이 지나가고 있음을 그 어느 때보다도 뚜렷하게 느낀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좀 더 급해졌다. 이제 우리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아이들이 곧 다가오고 있음을 알기에, 아직 준비 못한 부분은 빨리 챙겨야 한다. 혹시나 우리 둘만 있을 때 할 수 있는 것들은 놓치지 말고 해 보기 위해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실제 우리가 무엇을 해볼 수 있는 주말 시간만 따져도 몇 번 남지 않았다. 일 수로 해도 30일이 채 안 남은 시점. 남은 달력에 우리가 하고 싶은 것들을 채워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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