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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의 하루 Apr 24. 2024

22주 차 - 서류 불합격

이제는 모봉이가 매우 커져서 아내의 배가 정말 커졌다. 이전까지는 아기가 뱃속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는데, 이제는 누가 봐도 임산부처럼 배가 부풀었다. 아기의 성장은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 어느새 22주가 되고 아이들은 25cm까지 컸다. 아이들이 커질수록 부모로서의 불안함은 커진다. 이 아이들을 사회에 내보낼 때까지, 아무런 이상 없이 1인분 몫은 하는 성인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지. 아이들에게 항상 행복함을 주는 동시에 엄격한 훈육으로 바른 사람으로 키워낼 수 있을지. 걱정은 점점 더 넓어져간다.


22주 차 초반에 아내가 필라테스를 하고 어지러움을 느끼고 구토를 했다. 아무래도 혈액 순환이 잘 안돼서 그런 듯 싶은데 앞이 안 보인 순간도 있다고 해서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원래 담당하던 의사 선생님이 없어서 다른 선생님에게 진료를 받았는데, 별 이상 없다는 소견. 하지만 아이들의 성별은 아들, 아들로 밝혀졌다. 이로서 처음부터 의심하던 아들둥이가 확정. 내심 아들, 딸 한 명씩을 기대했지만 이것이야말로 부모의 의지나 바람으로는 아무런 영향을 줄 수가 없다.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어떤 아이들을 키우게 될지 상상해보곤 했다. 거의 학창 시절부터. 아들만 있거나 딸만 있는 친구네 집을 가면 꼭 부모님들이 아들-딸 남매인 우리 집을 부럽다고 한 마디를 남기셨다. 그때 내가 미래에 키우게 될 아이들이 당연하게 생각했던 남매가 아닐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해봤다. 높은 확률을 뚫고 아들둥이, 형제가 확정된 순간 오래된 나의 기대가 조금 어긋났음을 알 수 있었다. 아직까지는 아이들 성별에 따라 달라진 게 없어 체감이 되지는 않지만 앞으로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겠지?


금요일에는 오후 반차를 사용하고 아내와 같이 병원에 가서 정밀 초음파를 봤다. 이전처럼 3D로 보는 건 아니고, 초음파를 1시간 동안 보면서 아이들의 외관상 이상 유무를 보는 것이다. 원래 담당하던 의사 선생님이 아니라, 정밀 초음파만 전문으로 하는 의사가 따로 있다고 한다. 하루 종일 제품의 불량을 이미지로 찍어서 처리하는 일을 하는 나에게 이 일은 꽤나 비슷한 일이었다. 1시간 내내 영상에 집중하는 선생님의 집중력이 대단했다. 커튼 너머에서 아내와 정밀 초음파 의사 선생님이 어떤 자세와 동작으로 촬영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지만 아이들이 너무나도 건강하게 놀고 있다는 이야기에 미소가 지어졌다. 특히나 쌍둥이의 경우 양수가 부족할 가능성이 높은데, 우리의 경우에는 양수도 충분하고 아이들도 작지 않고 평균 크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 뇌, 심장, 척추, 발가락 개수, 손가락 개 수를 확인하면서 이상이 있는지 검사를 차근차근해나갔다. 아이가 2명인 관계로 같은 작업을 두 번씩 반복했다. 아마도 부모인 나도 앞으로 무엇을 하든, 두 번씩 반복해야 할 것이다. 모모와 봉봉이 모두에게.


이날 병원에 3시간 있었는데, 1시간은 초음파, 1시간은 담당 의사 선생님을 만나기 위한 기다림, 그리고 나머지는 농협생명에 태아 보험에 가입하기 위한 서류를 떼기 위한 기다림이었다. 결과적으로는 까다롭고 보장 좋기로 유명한 농협생명의 태아 보험에는 불합격했다. 취업 이후로 불합격 통보를 받아본 것은 오랜만이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얼마나 많은 어려움과 불합격, 그리고 가지 못하는 곳이 생길까? 이런 보험 불합격은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의사 소견에 써져 있는 신장 길이가 평균보다 조금 길다는 코멘트는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 아내는 그 소견 때문에 울기도 하고, 아이들의 건강에 대해 걱정이 많다. 아이들은 앞으로 우리의 걱정과 사랑을 거름 삼아 무럭무럭 자라날 것이다. 사실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것은 환경 조성과 믿음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아이가 건강하기 위한 식단과 생활 습관을 가지고, 나머지는 아기에게 기대하는 수밖에. 다음 검사에는 이상 없음 소견을 꼭 받아보자, 모모야, 봉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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