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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의 하루 Apr 14. 2024

20주 차 - 육아휴가 시작

이제 임신 기간의 절반이 지났다. 그리고 아내가 출산 전 육아휴가를 시작했다. 휴가를 어떻게 써야 할지, 그리고 아내가 출산 후에도 일은 계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많은 논의를 한 끝에 우리가 내린 결론은 출산 전 육아휴가를 사용하고 출산 후에 퇴사를 하는 절차였다. 다행히 아내 회사에서도 해당 방식을 허가해 주었기 때문에 감사하게도 출산 전 육아휴가를 미리 사용할 수 있었다.


덕분에 아내가 배 속 아이들과 함께 사시사철 지옥인 신도림역 1호선과 2호선 환승을 겪지 않고, 온갖 냄새와 사람을 실어 나르는 1호선을 타고 출퇴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나를 안심하게 만들어줬다. 동시에 어떻게 이 기간을 알차게 보낼지 이야기를 많이 했다. 출산 전 마지막? 자유 시간인 동시에 아이들과 산모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활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부부는 몇 년 전 아내의 병가 때 부작용을 몸소 체험한 적이 있어 더 주의를 기울였다. 당시 병가 기간 중 온전히 휴식을 취하기 위해 집에만 머물렀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바깥 나가는 것을 선호하는 아내 성향 상 병가 기간 동안 집순이로 지내는 것은 아내를 더 힘들고 지치게 만들었다. 몸무게도 많이 늘었고 우울감도 심하게 느꼈던 적이 있었다. 명목은 병가였지만 실제 모든 것을 원래대로 회복하는 데는 병가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하여 우리는 육아휴가 기간 동안 어떻게 하면 산모와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바깥으로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운동과 배울 수 있는 취미활동. 아내는 필라테스와 베이커리를 선택했다.


필라테스는 예전부터 하고 싶었지만 회사를 다니면서는 제대로 알아볼 시간도, 다닐 여유도 없었다. 육아휴가에 들어가기 전 찾다 보니 임산부, 그리고 출산 후 회복을 위한 전문 필라테스 학원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돼서 과감히 도전해 볼 수 있었다. 해당 필라테스 학원에 상담과 체험을 하고 오더니 만족스러웠는지 선뜻 계약을 했다고 한다. 너무 급하게 계약한 건 아닌지 걱정이었지만 몇 번 다녀온 뒤부터 바로 운동 효과를 바로 느낄 수 있어서 참 잘한 선택이었다. 평소 근육이 잘 뭉치는 아내에게는 시원함을 주는 동시에 임신으로 인한 더부룩한 속을 풀 수 있는 좋은 운동이었다. 내친김에 9개월까지 계약을 해서 가능한 최대한까지 운동을 해보고 횟수가 남으면 출산 후에 다니는 것으로 정했다. 필라테스를 하고도 부족한 운동량은 저녁식사 후 저녁 산책으로 채우기 시작했다. 이제는 뛸 수 없는 몸이기 때문에 집 앞 천을 따라서 걷기 시작했다. 이런 운동이 이후 누구보다도 튼튼한 산모가 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나 쌍둥이 산모임에도 일반 단태아 산모보다 더 건강하고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필라테스와 산책으로 단련된 체력 덕분이 아닐까 싶다.


베이커리는 집에서 버스 두 번 갈아타면 갈 수 있는 위치에 학원을 알아보고 등록했다. 날마다 만들어오는 빵을 처리하기 위해 우리 둘 부부뿐만 아니라 주변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빵을 과다섭취하기 시작했지만 임산부인 아내의 만족도가 컸다. 전혀 상관없던 새로운 분야에 대해서 배우는 것, 그리고 직접 손을 써서 해본다는 점은 배 속 아이들 태교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자격증과 무관하게 정말 취미로 해볼 수 있었다는 점 때문에 스트레스에서도 벗어날 수 있으니.


육아 휴가 기간 동안 더 좋아진 것도 있다. 아내가 회사를 다니지 않으면서, 동시에 아직 아이들을 보지 않아도 되니 회사 퇴근 시간에 맞춰 같이 퇴근을 하기도 하고, 점심시간에 베이커리 교육 시간에 만든 빵을 들고 오기도 하는 등, 더 예전 연애 시절로 돌아간 느낌도 있었다.


단순히 일을 쉰다는 기쁨보다는, 아이들을 만나기 전 마지막 휴가이기에 최대한 많은 것들을 해보라고 권했다. 아내도 이대로 육아휴가 시간을 떠나보내긴 아쉬운지 항상 무얼 해볼지 고민하며 저녁마다 웹사이트를 뒤지곤 했다. 아마 출산 전 육아휴가를 쓰는 사람들의 상황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일을 그만둘 계획이거나 ,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사람들. 어떤 이유로든 출산 전 육아휴가를 처음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알찬 계획으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자. 훗날 출산 후 돌이켜봤을 때 임신 후 가장 행복했던 기간으로 떠오를 것임을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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