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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의 하루 Mar 14. 2024

18주 차 - 친구의 결혼식

모봉 형제

아내의 고등학교 동창 결혼식을 갔다. 그곳에서도 단연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건 쌍둥이가 잠들어있는 아내의 볼록한 배였다. 연락이 뜸해 아내의 임신 소식을 모르던 친구들도 다가와서 축하를 건넸다. 친구 중 한 명은 본인이 쌍둥이라, 쌍둥이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도 주고받았다. 이런 생생한 쌍둥이 경험담(쌍둥이 육아 경험담이 아닌, 본인이 쌍둥이라 겪은 일들)을 들을 때마다 쌍둥이를 어떻게 키우지?라는 걱정과 질문은 해봤지만, 쌍둥이로 태어날 아이들은 어떤 기분이나 느낌일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태어나면서부터 옆에 있는 가장 가까운 경쟁자이자, 인생을 살면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낼 가족, 때로는 원수 같이 싸우는 존재였다가도 둘도 없는 친구가 될 수도 있다. 모모와 봉봉이는 어떤 형제가 될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적당한 경쟁과 서로 기댈 수 있는 우정이 있길 바란다. 부모로서 욕심을 좀 더 내자면, 덜 싸우는 형제가 되길, 4인 가족에서 유일한 여성인 엄마에게 상냥하고 다정한 아들이 되길 바란다.


축하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결혼하는 친구의 부모님과도 서로 축하를 주고받았다. 한쪽은 결혼을 축하하고 한쪽은 임신을 축하하는 그런 풍경. 이곳저곳에서 축하를 받는 것은 아무리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이렇게 많은 축하를 이전에 받은 적이 없어서인 것도 있다. 결혼한다는 소식을 주변에 전했을 때보다 더 많은 분들이 임신 소식에 축하를 해준다. 처음에는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하나 하고 고민을 했던 적도 있다. 이럴 땐, 축하받는 그 자체를 즐기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축하를 받는 것 자체도 즐거운 일이 아닌가? 보통은 쌍둥이라고 이야기하면 두 배로 격렬하게 축하를 해주기 때문에 누군가 축하해 주면 활짝 웃으며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는 표정을 짓는 것으로 정했다.


단절

친구는 결혼 후 내년이면 남편과 원래 연고가 있는 미국 뉴저지로 떠난다. 아내는 겉으로 내색을 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친구를 만나기 어려운 나이에 친구를 잃어버리는 것은 언제나 슬픈 일이다. 가뜩이나 임신을 하고 일을 쉬면서 아내는 사람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고, 바깥에 자주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답답함과 세상과의 단절감을 느끼기 쉽다.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하는 활달한 아내에게 임신과 출산이 주는 가장 큰 어려움은 ‘외출할 자유’를 앗아간다는 점이다. 출산 후에는 더더욱 바깥에 나갈 일이 없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이동이 가능할 때까지 열심히 같이 바깥을 돌아다녀볼 예정이다. 아내에게 새로운 친구를 만들어줄 수는 없더라도, 더 좋은 친구가 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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