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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의 하루 Mar 05. 2024

17주 차 - 잠깐의 순간

벌써 17주 차. 이번주는 회사일이 너무 바쁘고, 회식도 있다 보니 아이들 태담시간을 많이 갖지 못했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1주일이 지나가버렸고, 아이들에게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리다가 애들이 태어나고, 금방 자라 있을 것 같다’라는 그런 느낌. 엄마 뱃속에 있는 이 시간, 아이들은 정말 무섭게 자란다. 1cm도 안되던 애들이 몇 달 만에 자기 몸 크기를 수십 배 불리는 걸 보고 있으면 생명의 신비에 대한 경외심과 함께 이 빠른 성장에 부모로서 무언가 기여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묘한 죄책감도 느껴진다. 아이들이 이렇게 빠르게 크고 있는 동안 나는 무엇을 했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이번 1주일은 지나가버린 순간이 떠오르는 그런 한 주였다. 아직까지는 아이들이 날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덜하지만, 내가 만날 수 있는 아이들의 이 순간은 매 시간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초조해진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성장하며 나타나는 새로운 모습을 보며 기뻐하기보다는 놓쳐버린 아이들의 모습에 아쉬움을 느낄 때가 많다는 것. 다가올 미래에 아이들이 이제 엄마 아빠를 인식하고 우리와 함께 추억을 공유하는 순간이 온다면 더 많은 시간, 더 다양한 기억을 아이들에게 남겨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슬프게도 부모인 우리가 가장 기억력이 좋고 활기찬 모습으로 같이 보내는 이 긴 시간을 아이들은 많이 기억하지 못한다. 반대로 아이들이 성장해서는 부모인 우리가 기억력도 떨어지고 같이 보내는 시간도 줄어들겠지. 시간은 결코 되돌릴 수 없기에 우리는 현재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순간순간이 너무도 짧은 시간이기 때문에 정신없이 지내다 보면 힘줘서 뽑다가 뭉텅이로 나와버린 물티슈처럼 너무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이 글만 쓰고는 다시 잠든 아내를 안아주며 잠깐의 순간이라도 우리 네 명 가족이 같이 맞대고 있길, 모두가 행복한 순간으로 기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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