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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의 하루 Jul 13. 2024

28주 차 - 마지막 베이비페어

이번주 시작은 수원에서 열린 베이비페어에서 아기 용품을 구입하면서 시작했다. 이미 지난번 코엑스에서 열린 베페를 다녀왔기 때문에 대략적으로 필요한 물품을 파악했고, 가격대도 익숙해졌다. 지난번 경험을 통해 베이비페어라고 모든 물건을 싸게 팔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기 때문에 구매가 필요한 물건에 대해서는 사전에 충분히 조사를 하고 방문해야 손해를 보지는 않는다. 특히 육아용품 업체 간 경쟁도 심하기 때문에 베페와 무관하게 다양한 사유를 만들어 할인 행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나중에 돌이켜보니 베페도 베페지만, 이런 할인 행사 시즌을 잘 올라타는 것이 가장 현명해 보인다.


많게는 한 달에 한 번은 전국 어딘가에서 베이비페어를 하고 있을 때가 많다. 예비부모들은 많게는 2~3번, 적으면 한 번 가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업체에서는 1년이면 12번. 몇 년이면 수 십 번의 전시회 경험이 쌓이기 때문에 영업 능력이 엄청나다. 업체의 영업 사원이나 대표까지 직접 나와서 영업을 할 정도로 전시회는 육아용품 업체에게는 절호의 기회. 나름 침착하다고 생각하는 나조차도 업체 영업하시는 분들이 말을 너무 잘해서 홀리듯 카드를 내민 적도 있다.


저번 코엑스 베페에서는 구경이 위주였다면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구매를 하는 전시회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이 우리 둘이 올 수 있는 마지막 베이비페어이기 때문에(출산 직전에 있지만, 너무 직전이다.) 구매가 필요하다가 판단하는 물건들은 지금 사야 한다. 여러 번 봤던 제품들을 인터넷보다 저렴하다고 판단하면 바로 결제를 했다. 아이들 젖병과 아기띠, 젖병 소독기, 기저귀까지 구매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부수적인 물품도 있지만, 마지막 베페인 건 알겠는데 어디까지 사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당장 아이들이 집에 왔을 때 욕조가 있어야 씻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당장 감기 기운이 있어 코가 막히면 노시부 콧물 흡입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 속 다양한 육아 시뮬레이션 속에서는 우리는 너무 준비 안된 초보 둥이 부모였다. 하지만 아무리 꼼꼼하게 준비해도 우리가 모든 상황을 다 준비할 수는 없을 것이고, 그럴 필요도 없다. 게다가 우리에게는 필요해서 구매하면 다음날 배송이 오는 로켓배송이 있으니 육아에서 두려울 것이 없다. 몇 천 원, 1~2만 원 더 싸다고 좁은 집에 쟁여둘 필요 없이, 그날그날 상황에 맞게 우리가 판단해서 로켓배송으로 구매하면 그만이다. 육아란 예기치 않은 이벤트들을 무사히 헤쳐 나가는 것. 우리는 최소한의 물건만 사고 이 복잡한 수원 베이비페어 장소를 빠져나왔다.


우리는 맞은편 백화점 건물에서 점심을 먹었다. 식당가에 많은 사람들이 베페에서 구매한 물건이 담긴 종이 가방을 자리 한 구석에 올려두고 있었다. 다들 곧 다가올 출산과 육아에 대해 기대와 걱정이 서린 표정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소리쳐 왜 치지는 못했지만 모두에게 응원을 해주고 싶었다. 앞으로 다가올 출산과 육아가 얼마나 힘들지, 지금의 우리는 상상할 수 없다. 다만, 여기에 미래의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달려온 우리는 적어도 부모 기본 점수 정도는 채우지 않았을까? 그러니 우리 너무 걱정과 자책하지 말고 아이들과 행복한 미래를 그려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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