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제의 하루 Aug 07. 2024

30주 차 - 부모의 자격

회사일로 외근을 나갔다 평소에는 같이 일할 기회가 없는 회사 동료분과 잠깐 이야기할 일이 있었다. 갑자기 와서는 ‘쌍둥이 임신’에 대해서 들었다면서 축하한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셨다. 4~5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이기에 ‘쌍둥이’ 이야기에 더 관심을 가졌나 보다. 그리고는 ‘XX님은 분명 좋은 아빠가 될 거예요’라는 응원과 함께 ’ 키울 수 있는 부모에게 하늘에서 쌍둥이를 주신 것’이라며 따뜻한 말을 건넸다. 이전 글에도 썼던 것처럼 아들둥이를 가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대부분 사람들은 ‘힘들겠다’, ‘어떻게 키우냐’라는 위로 위주였기에 이런 응원은 더 빛이 난다. 그 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짐을 챙기다가 그 말 한마디가 다시 생각나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누군가 내 주변에서 아이를 갖게 되면 힘들겠다는 걱정 담긴 한 마디보다는 이런 따뜻한 말을 전해주고 싶었다. 누가 하더라도 육아는 당연히 지치고 힘들다. 원래 하던 게 아니니깐. ‘힘들겠다’라는 말보다는 응원의 한 마디가 더 힘이 났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는 타인에게 얼마나 따뜻한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일까 고민을 해보게 된다. 주변에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나는 이런 따뜻한 응원을 남에게 해줄 준비가 되어있는가? 아직 그런 말을 건네줄 만큼 나는 성장하지 못한 것 같다.


최근에 회사에서 20대 직원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솔직한 질문을 받았다. 사회적 갈등, 치열한 경쟁, 빈부격차가 심한 한국에서 아이를 낳고 싶은가?라는 질문이다. 경제적, 사회적 좌절을 겪은 MZ세대가 할 법한 질문이지만, 실제로 면전에서 듣고는 어떤 대답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나도 따뜻함이 담겨있으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한 두 마디를 하고 싶었지만,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떤 가치를 중요시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른 거죠’라는 뻔한 말만 남기고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글을 타이핑하는 지금도 어떤 대답을 했어야 했을까?라는 생각을 곱씹어보지만, 명쾌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인터넷에는 심심치 않게 가난한 부모는 아이를 키울 자격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좋은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는 부모만이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스스로 원해서 세상에 나온 것이 아니고 부모가 원해서 나온 거니 부모가 자격을 갖춰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 이야기에도 일리는 있다. 부모로서 갖춰야 할 자격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금전적인 조건으로 출산 자격 제한을 두는 것은 어딘가 불편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모두들 이 의견에 암묵적인 동의를 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전 세계 최저 출생률이겠지.) 가족을 꾸리는 것도 부담스러워지는 시대. 나는 이 시대에 부모가 되었다. 어떤 자격을 더 갖춰야 할지 고민이 생긴다.

이전 29화 29주 차 - 새로운 챕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