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주 차가 되면서 아내 컨디션이 저녁식사 시간까지는 괜찮다가 자정이 넘어가면서 급격히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번주에 부산여행을 생각했던 것을 돌이켜보면, 말도 안 되는 계획이었다. 항상 놀러 가는 것에 의욕적인 아내도, 33주 차에 조수석에 타면 속이 너무 울렁거려 멀리 가지 못하겠다고 한숨을 내쉬고는 했다.
이제 아이들이 세상으로 나오기까지 한 달이 남았다. 아이들을 처음 알게 된 봄날에는 40주 후 겨울이 멀게만 느껴졌는데 어느새 사라진 더위와 쌀쌀해진 바람에서 예전 같았으면 ‘계절이 참 빠르게도 바뀌는구나’라는 감상만 남겼을 텐데 이제는 ‘아이들이 곧 세상으로 나오겠구나’라는 생각이 주로 든다. 33주의 시작은 한강공원에서 보냈다. 우리 둘이 오는 건 앞으로 쉽지 않을 테고, 아이들이 바깥으로 나오려면 적어도 1년은 지나야 가능할 것 같다. 그늘에는 시원해진 바람이 살짝 불고, 햇살이 비추는 곳은 아직 더운 그런 날이었다. 우리는 항상 차에 싣고 다니는 캠핑 의자를 펼쳐서 그늘에 자리를 잡았다. 점심으로 연남동에서 포장해 온 아노브 피자를 먹고 근처 스타벅스에서 음료를 사 와서 마시고 있었다. 배가 좀 부르니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주변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유모차를 타고 온 아기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이, 아직 땡볕이 비추는 놀이터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쉴 새 없이 노는 아이, 엄마아빠를 따라오고 싶지 않았는지 툴툴대는 사춘기 아이들, 그리고 친구들끼리 놀러 온 대학생들, 연인들, 신혼부부들, 그리고 우리와 같은 예비부모, 아이가 친구들과 생일파티를 한다고 집에서 쫓겨 나왔다는 부모부터 중년부부까지. 우리가 걸어왔고, 앞으로 겪을 모든 인생이 그곳에 있었다. 그곳에 의자에 앉아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더없이 여유로운 어느 주말 낮이었다. 이곳 한강공원에서 가까운 다리가 공사를 하는지 굉장한 소음이 주기적으로 들렸지만,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휴식을 즐겼다. 이곳에 한 없이 앉아있으면, 영원히 시간도 흐르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간간히 공사 소음만이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일 깨워주고 있었다.
아이들이 걸음마를 시작하면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 이맘때쯤 아장아장 걸음마를 하는 아이들과 함께, 어엿한 부모가 되어 있을 우리 부부의 모습이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