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 만나자는 인사, 윤고은의 소설

윤고은,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by ENA

윤고은 작가가 최근에 발표한 장편소설 『불타는 작품』을 읽으려다 같은 제목의 단편이 이 소설집에 있다는 걸 발견했다. 여기의 단편을 발전시켜 장편화했다는 얘기다. 궁금했다. 단편은 어떻게 장편이 되는지. 방향을 어떻게 잡을까, 잠깐 생각했고, 그래도 순서대로 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판단했다.


여덟 편의 단편과 소설가 정소현과의 대담.

여덟 편의 소설은 윤고은 소설답고, 대담은 윤고은을 더 잘 알게 한다.

겨우 두 편의 장편을 읽은 후인데 감히 윤고은 소설답다는 말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소설을 읽고, 뭔가 아닌데 싶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면 그건 그녀‘다운’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기대하는 것을 그대로 충족시켜 줬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대하는 방식이라든가, 기대를 비트는 방식이라든가, 혹은 기대를 배반하는 방식까지도 포함해서.


윤고은 소설에는 재기발랄함이 있다.

그저 엉뚱한 것을 상상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현실의 소재에서 그것을 발전시키는 데 그 재기가 드러나고, 그런 엉뚱한 것을 너무 무겁지 않게 그려내는 데 발랄함이 있다. <불타는 작품>의 부자 개 로버트도, <Y-ray>의 몸속의 이상한 물체를 찍어내는 기계(그게 Y-ray다)도, 책상을 들고 다니는 물리 선생님 기암도, 소설가 박태원인지, 아닌지가 헷갈리는 인물도, 울룰루까지 무모하게 여행하는 늙은 차의 주인도. 모두 있을 것 같지 않지만, 또 있어도 그럼직한 이들이고 상황이다. 그렇게, 그러니까 있을 것 같지 않은 인물과 상황을 꼭 있는 것처럼 그려내는 게 윤고은 소설이다.


윤고은 소설은 그러나 어렵지 않다.

소설가가 발휘한 상상력은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하지 않는다. 너무 머리 쓰게도 하지 않는다. 아프지도 않다. 물론 대부분의 소설이 그렇듯 소외된 사람들이 나오고, 마음이 편치 않은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그들의 결말이 파괴적인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괴로운 현실을 타파하고 화려하게 성공하는 그림은 그려지지 않지만, 그래도 살아간다. ‘살아서 만나자’는 작가의 인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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