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전쟁

박영욱, 『과학이 바꾼 전쟁의 역사』

by ENA

과학과 전쟁의 관계가 밀접함을 넘어서 서로가 서로에게 불가분의 위치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전쟁은 과학 기술의 성과를 이용해서 파괴적인 무기를 만들어 왔고, 많은 과학 기술이 전쟁을 통해서 발전했다(물론 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는 이도 있다. 예를 들어 매트 리들리는 『혁신에 대한 모든 것』에서 종종 그런 시각을 내보였다).


그런데 과학의 발전이 전쟁에 힙 입은 사례나 반대로 과학으로 전쟁의 양상이 확 바뀐 사례를 찾다보면 천편일률적일 때가 많다. 드는 예가 거의 늘 비슷하다. 어쩌면 그 증거가 앙상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할 정도다. 몇 가지 무기와, 무기 개발에서 생활 용품으로 전환된 테프론, 레이저 같은 것 말고 보다 근본적으로 과학적 이론과 과학의 기구, 조직 등이 어떻게 전쟁과 관련을 맺고 있는지가 더 궁금하다.


박영욱의 『과학이 바꾼 전쟁의 역사』은 어느 정도 그런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는 책이다. 과학과 전쟁의 관계를 너무 협소하게 규정짓지 않고 있어서 보다 폭넓게 그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넓어진 폭은 당연히 깊이로 이어질 수 있는 바탕이 된다. “근현대에 과학의 중심이 이동하는 경로 뒤에는 공통적으로 군대의 강화와 전쟁이 있었다. 전쟁을 계기로 과학의 중심이 이동한 것이다.”와 같이 쓰고 있는데, 바로 이런 거시적인 관점에서 전쟁과 과학을 다루고 있다.


KakaoTalk_20240324_134910547.jpg


특히 프랑스의 에콜 폴리테크니크와 그것에 영향을 받은 미국의 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의 성립에 관한 이야기는 내게 인상적이다. 군사적인 목적으로 세워진 학교였지만, 과학과 기술을 통해서 군사적 목적을 이루려 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래서 그 학교들의 학생들이 단지 훌륭한 군인으로 성장한 것만이 아니라 과학자, 기술자로서도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거기에 덧붙여 미국의 대학, 이를테면 칼텍, MIT가 발전하게 된 자양분 역시 군사적인 면이 있었다는 점도 (전혀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흥미로운 지점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꽤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있다. 우선 생물학적 내용은 하나도 할애하지 않은 점이다. 전쟁, 혹은 군사와 생물학이 관련이 없었을까? 그렇지는 않다. 저자가 관심을 갖는 분야가 아니고, 전문 분야가 아니란 점을 이해하지만, 개괄적인 부분도 없다는 것은 아쉽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사실 관계가 잘못된 것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금방 확인되는 것만 언급해보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스티븐 호킹이 영국왕립학회의 일원으로 노벨상을 받았다는 것부터 들 수 있다(30쪽). 아인슈타인을 왕립학회의 주요 일원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고, 스티븐 호킹은 노벨상을 받지 않았다(물론 노벨상 수상자들보다 훨씬 유명했지만). 또 닐스 보어가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언급하는 부분(200쪽)도 있는데, 이 역시 잘못된 부분이다. 원자폭탄이 히로시마보다 나가사키에 먼저 떨어졌다고 한 부분도 그렇다. 물론 사소한 부분일 수 있고, 전체적인 맥락에서 별로 벗어나지 않는 내용이지만, 이런 부분들이 눈에 띠면 다른 내용에 대한 신빙성이 떨어진다. 내가 잘 모르는 부분, 새로 알게 된 내용이 정말 맞는가 싶은...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인디언 부족을 다룬 소설에 주어진 퓰리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