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위고, 『레 미제라블 4』
『레 미제라블』 4부의 제목은 다른 부에서는 사람의 이름을 쓰고 있는 데 반해(5부의 '장 발장'까지 포함하여), '플뤼메 거리의 서정시와 생 드니 거리의 서사시'다. 그런데 이 제목이야말로 4부의 내용을 간결하게 설명한다.
4부의 내용은 단 두 가지로 단출하고, 그만큼 집중되어 있다. 마리우스와 코제트의 사랑, 그리고 1832년 6월의 봉기. 마리우스가 코제트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된 곳이 바로 플뤼메 거리의 장 발장과 코제트가 살아가는 집이고, 1832년의 혁명이 벌어지는 장소, 바리케이드가 세워지고 총격전이 벌어지는 거리가 바로 생 드니 거리다(역사적 사실과는 좀 거리가 있다고 한다). 사랑은 당연히 서정시이며, 혁명은 서사시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인물은 마리우스도, 코제트도, 장 발장도 아니다. 'ABC의 벗들'이라는 모임의 회원들도 아니다(여기서 ABC는 프랑스어 Abaissé의 발음을 알파벳으로 표기한 것이다. Abaissé는 '낮은 자들' 혹은 '비천한 자들'이란 의미로 ’라 미제라블‘과도 연결이 된다). 내가 보기엔 4부에서 가장 흥미롭고 관심을 받아야 하는 인물은 테나르디에의 아들인 가브로슈와 딸인 에포닌이다. 가브로슈는 거의 부모에게 버림을 받다시피 하고 나서 파리 거리의 부랑아로서 살아간다. 하지만 부모와는 달리 심성이 삐뚤어지지 않았고, 경쾌하다. 혁명의 대열에 서는 모양새는 다소 철이 없어 보이지만, 그가 전혀 진정성 없이 그 대열에 들어서는 것은 아니다. 다소는 좌충우돌하면서 세상사를 깨달아가는 인물이다.
가브로슈보다는 관심을 덜 받지만, 에포닌도 그렇다. 테나르디에 집안의 몰락으로 그녀는 구걸하는 가짜 편지를 전하는 역할을 맞는다. 하지만 마리우스를 보고는 점점 변해간다. 그것은 단지 짝사랑이었고, 그녀가 개과천선했다는 증거는 별로 없다. 마리우스에 대한 애정 때문에 마리우스와 코제트를 갈라놓기 위한 계략을 세우기도 한다. 그렇게 보자면 소설 속 사랑의 방해꾼이긴 하지만, 에포닌의 입장에서 본다면 사랑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내던진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역시 악인의 범주에서만 볼 수 없는 셈이다. 발자크 위고가 이 인물들을 길게 등장시킨 이유를 짐작해보면(생각해보면,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이므로), 사람의 변화를 보여주고자, 혹은 착한 본 심성과는 달리 상황 때문에 악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사회의 책임을 보여주고자 한 것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