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 운동 제대로 공부하기

정완상, 『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 수업: 브라운 운동』

by ENA

노벨상 수상자들의 오리지널 논문을 통해서 과학을 소개하겠다는 취지의 시리즈 중 하나다. 아인슈타인의 브라운 운동에 관한 논문이 대상이다. 그런데 정작 아인슈타인은 브라운 운동에 관한 논문으로 노벨상을 받지는 못했다. 1905년 ‘기적의 해’에 발표된 논문 가운데 하나이고, 중요한 업적이지만 상대성이론이나 광전 효과에 관한 업적에 비해서는 주목을 받지 못해온 업적이기도 하다. 오히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의미 있다고 보인다.


이 책의 서술 방식은 좀 독특하다. 대화체를 택하고 있다. 모든 주제는 정교수(아마 본인)와 물리군(아마도 물리학과 대학생? 대학원생?)의 대화체로 시작된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식이다. 그래서 아쉬움이 남는데 그 방식을 모든 내용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자의 생애와 업적을 소개하는 데서는 서술체로 전환해 버린다. 그냥 한쪽으로 택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논문(여기서는 아인슈타인의 논문)에 이르는 길이 직렬적이 아니라 병렬적인 방식으로 구성한 것도 특징이다. 물론 병렬적인 흐름 내에 직렬적 흐름이 내재되어 있지만, 여러 방향에서 하나의 업적으로 수렴하는 것으로 서술하는 방식은, 아주 새롭지는 않지만 충분히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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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요새의 교양서적, 특히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에 관한 책 대부분이 독자들을 고려하여 수식을 자제, 아니 배제. 저자는 수식을 배제하지 않고 독자를 고급 물리학을 이해시키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표하며, 아낌없이 수식을 통해서 과학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담하다고 할까? 나도 과학 교양서적이 무조건 쉽기만 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독자가 조금은 도전 의식을 가질 만한, 어느 정도의 지적 능력을 고양시킬 만한 수준의 교양 서적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그런 교양 과학 서적이 많이 읽혀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수준별로 다양한 책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도 좀, 아니 많이 어렵다. 고등학교 정도의 수식이라고 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정완상 교수가 고등학교 수학의 수준을 잘못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의 수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고등학생이 얼마나 될까 싶다. 최소한 “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 수업” 아니다(솔직하게 말하면, 내 경우 등장하는 수식을 통한 증명에서 초반의 것들은 다 따라갔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책장 넘기는 속도가 빨라졌다).


알게 된 것들이 적지 않다는 점은 이 책을 읽은 성과다.

우선 브라운 운동에 대한 이해에 이르는 데 필요했던 분야들(확률, 유체역학, 통계역학)이 좀 뜻밖이다. 그리고 통계역학의 창시자가 기브스와 함께 아인슈타인이었다는 것 역시 몰랐던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연구 초반 통계역학에 대해 꽤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브라운 운동에 대한 여러 해석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인슈타인은 확산의 관점에서(수식이 잔뜩 들어 있지만 결국은 확산 현상으로 설명했다고 한다), 스몰루호프스키의 랜덤워크, 즉 술 취한 사람의 걷기의 방식으로, 그리고 랑주뱅(마리 퀴리의 스캔들로도 유명한)의 미적분 방식.


아인슈타인은 브라운 운동에 관한 논문으로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상대성이론도 아니고, 광전 효과에 관한 연구로 노벨상을 받았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브라운 운동에 관한 논문을 발전시킨 패랭은 노벨상을 받았다. 특히 처음 알게 된 것은 패랭이 브라운 운동에 관한 연구를 발전시켜 아보가드로 수를 알아냈다는 점이다. 사실 고등학교 화학을 배우면서 그 숫자를 받아들이면서도 도대체 그 큰 숫자를 어떻게 알아냈지 싶었다. 패랭이 그것을 알아낸 방식에 대해선 더 뜻밖인데(상상하지 못했으므로) 입자가 액체에서 침전될 때 높이에 따른 부유 입자의 수를 헤아려서 알아냈다. 이렇게 얘기하면 어쩌면 쉬워 보이기도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아쉬움도 있고, 쉽지도 않은 책이지만, 그래도 얻은 게 적지 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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