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로 밝히는 인류 진화의 비밀들

에블린 에예르, 『세상 친절한 유전자 이야기』

by ENA

우연히 유전자, 혹은 DNA에 관한 책을 연거푸 읽게 되었다. 하나는 우리나라 저자의 책(『내 몸 안의 거울, DNA 이야기』), 다른 하나는 프랑스 저자의 책(『세상 친절한 유전자 이야기』)이다. 그런데 성격은 무척 다르다. 앞의 책이 유전자 전반에 관해서 다루고 있다면, 뒤의 책은 앞의 책이 다루지 않은, 어쩌면 딱 한 가지일 수도 있는 인간의 유전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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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가 어떤 것이니 하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 대신 바로 그 DNA를 통해 알아낸 인류의 진화를 다루고 있다. 라디오 프로에 출연해서 했던 얘기들 중 골라 활자화했기 때문에 어려운 유전자 이름이나, 용어는 거의 없다. 그러나 깊이마저 얕다고는 할 수 없다. 현생 인류가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든가, 즉 서로 사랑을 나누었다든가 하는 얘기나, 우리 동아시아 성인이 우유를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없지만, 아프리카나 북유럽의 성인은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든가 하는 얘기, 인종은 존재하지 않는다든가 하는 얘기들은 이미 잘 알려진 것들이다. 하지만 그 밖에도 흥미로우면서 새로운 얘기들이 참 많다. 최근 들어서야 유전자 연구로 밝혀진 인류의 진화 얘기가 가득이다.


몇 가지만 언급하면 이런 것들이다.

- 네안데르탈인의 혈액형도 우리처럼 ABO식이라 수혈할 수도 있으리라는 것, 데니소바인도 마찬가지라는 것.

-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이 언론에서 자주 언급하듯이 현생인류의 공격에 의한 것은 아닐 거이란 것. 이미 네안데르탈인에게는 해로운 돌연변이가 축적되고 있었다는 것.

- 오세아니아인들에게 데니소바인의 유전자가 나타나는데, 정작 그 지역에는 데니소바인의 유골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데니소바인의 유골이 발견된 것은 지금까지 시베리아와 티베트 뿐이다).

- 폴리네시아인과 아메리카인이 교류했다는 증거가 고구마라는 점.

- 현재 유럽인의 조상이 카스피해와 볼가강 주변 스텝 지역에 살던, “죽은 이의 몸에 황태색 염료를 칠한 뒤 한 사람씩 봉분 아래 매장하는 풍습을 가졌던 얌나야(Yamnaya)족”이라는 것.

- 현재 1600만 명이 칭기즈칸의 자손이라는, 잘 알려진 이야기의 실제 이야기(칭기즈칸의 유전자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데도 어째서 그런 추정이 가능할까?). 청나라를 세운 누르하치에 대해서도 비슷한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것.

- 스페인의 바스크족이 구석기 시대 인류의 후손은 아니라는 것. 그들은 다른 유럽인과 유전적으로는 별 다를 것이 없다는 것. 다만 언어적 저항이 강했다.


이런 것들에 대해 잘 알고 있던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마 대체로는 아닐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이것들은 대부분 최근의 연구로 밝혀진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내용들이 신문이나 인터넷에서 보도는 되겠지만, 관심갖고 보는 이들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내용을 서로 연관지어 파악하는 능력은 대체로 훈련된 사람, 즉 과학자라야 가능하고, 또 과학자라도 이렇게 알기 쉽게,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을 가진 이는 매우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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