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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의 비밀을 밝히다

양철수, 『미생물의 은밀한 비밀』

by ENA

미생물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제목은 ‘은밀한 비밀’이지만, 사실은 그 비밀은 은밀하지 않다. 미생물이 자신의 비밀을 은밀하게 숨기는 법도 별로 없다. 물론 우리는 미생물의 비밀을 파헤치게 된 지 (아무로 길게 잡아도) 20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꽤 많은 걸 알게 되었다. 비밀을 비밀이 아니게 하는 것, 그것이 미생물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목표다.


주로는 감염질환을 일으키는 미생물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여기서 미생물이란, 세균과 바이러스, 원생생물까지를 포함한다. 곰팡이와 같은 균류를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아쉽다.


어떤 감염병이 인류를 곤란하게 하고, 위협하는지, 그 감염병을 일으키는 병원체가 무엇인지, 증상은 어떤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야기라기보다는 목록에 가까운데, 이는 읽고 아하! 하고 흥미롭게 읽고는 몇 대목을 제외하곤 잊어버리도록 하는 책에서 벗어나, 책장 한켠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정보를 찾아보도록 하는 자료로서 더 큰 존재 이유를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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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부분을 언급하자면,

“자외선에 약해 일광욕으로 증상과 감염을 억제할 수 있다.” (99쪽)

결핵에 관한 내용인데,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이 생각났다. 그곳의 결핵 환자들은 일정 시간 일광욕하는 것이 필수였다. 이유가 있었다.


다음은, ‘결손 바이러스’에 관한 내용.

“D형 간염 바이러스를 ‘결손 바이러스’라고 하며, 감염력이 있는 바이러스 입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도움 바이라스(helper virus)’의 존재가 필요하다. D형 간염 바이러스에게 도움 바이러스의 역할을 해주는 바이러스가 바로 B형 간염 바이러스이다.” (123쪽)

그리고, E형 간염 바이러스 발견과 관련하 얘기.


“러시아 바이러스 학자가 환자의 여과된 대변 추출물을 스스로 삼켜서 간염이 유발됨을 확인하고 또 자신의 대변에서 바이러스를 감출함으로써 E형 간염 바이러스의 전재가 알려지게 되었다.”

헬리코박터균을 발견한 베리 마셜이라든가, 콜레라균이 든 음료를 마신 페텐코퍼의 이야기와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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