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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에서 마음을 읽다, 마음을 치유하다

김선현, 『자화상 내 마음을 그리다』

by ENA

플로리안 일리스의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에서 타마라 드 렘피카의 <녹색 부가티를 탄 타마라>에 대해 읽으면서 이 책이 생각났다. 예전부터 읽을 책 목록에 올려놓았던 책이다. ‘자화상’을 통해 화가의 내면을 읽는다는 컨셉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강렬한 표지! (타마라의 그림도 잡지의 표지 그림으로 그린 것이었다)


조금 내 기대와는 다르긴 했다. 자화상을 통해서 화가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렇게 화가의 인생을 읽고, 다시 그림으로 돌아와 다시 그림을 이해하는... 그런 걸 기대했던 것 같다. 굳이 따지자면 그림과 화가가 중심이 된 이야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저자는 미술치료 전공자다. 그런 만큼 그림에서 화가의 마음도 읽지만, 거기서 확대해 나가는 방향은 화가의 삶보다는 ‘우리’의 삶과 정신이다. 어떤 경우에는 그림에서 화가의 생애와 감정을 발견하고, 그것을 우리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스고 있고, 또 어떤 경우에는 우리의 감정과 고민에서 시작해서 화가의 그림을 통해 어떻게 치유해나갈지를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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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목은 그렇지만, ‘자화상’만을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은 자화상이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물론 그런 경우도 그림에서 우리는 화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우리 마움의 움직임도 느낄 수 있다.


다른 경우보다 그림을 오래 봤다. 일부러라도 찬찬히 뜯어봤다. 특히 그림 인물의 표정을 읽고, 이 사람이 이 때 무슨 감정을 지니고 있는지를 상상해보려고 했다. 어떤 경우에는 저자의 설명과 비슷하기도 했지만, 적지 않은 경우 나의 상상은 저자의 설명과 어긋났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설명도 이 그림을 본 한 사람의 느낌(물론 보다 전문적이고 보편적인 느낌이겠지만)일 뿐이라 여긴다. 내가 그림을 보고 무언가를 생각하고, 그림 속 인물의 감정을 상상해보고, 그 사람의 감정에 동화해보고자 한 짧은 순간이야말로 이 책을 읽은 가장 큰 소득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인상 깊은 그림을 들라고 하면... 조금은 역설적인 의미로 아돌프 히틀러의 그림이다(그렇다. 바로 그 히틀러다! 그가 화가 지망생이었다는 건 이제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풍경 속에 흔적처럼 그려진 인물을 자화상이라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그림에서 히틀러에 대해서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인상적이지 못한 색감도 그렇고, 흔적처럼 그려진 인물은 그의 낮은 자존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는 다른 곳으로 분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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