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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소설로 읽다

노희경,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by ENA

1996년에 4부작으로 방영되어 많은 사람들이 감동받고 눈물을 흘렸던 드라마. 이후 영화로도 제작되었고, 드라마로도 리메이크되었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인상이 깊었던 드라마다. 노희경 극본의 드라마. 그걸 소설로 재구성했다.


보통 소설로 먼저 나와 인기를 얻고, 그걸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었을 때 약간, 혹은 상당히 생경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그 반대의 경우는 어떨지 궁금했다. 이 한 경우만을 가지고 전체를 판단할 수는 없으니, 이 작품 하나만을 이야기하면 그런 생경함이나 이질감 같은 것은 느끼지 못했다. 드라마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다. 장점과 단점을 함께 언급하자면, 드라마의 감동을 이어가기에 좋지만, 조금은 복사본 같아 반짝거림이 없다. 그런데 오래 전에 봤던 드라마를 다시 기억의 단상 위로 올려놓게 된다. 문자를 통해 드라마를 회상하는 것, 이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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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게 된 이 이유는, 주인공인 엄마가 죽게 되는 원인이 자궁경부암이라서다. 그리고 그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이 인간유두종바이러스(HPV) 때문이다. 암과 미생물(여기서는 바이러스) 사이의 관계가 입증된 몇 가지 케이스 중 하나다. 원인이 미생물이기 때문에 백신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 약 70~80% 정도가 예방 가능하다. 감동을 뒤로 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예방 가능한 바로 그 질병으로 가슴 아프게 죽는 엄마의 사연이 안타까웠다. 1990년대에는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이 거의 없긴 했다. 그리고 엄마가 그 혜택을 보기 위해서는 그보다도 훨씬 전에 예방접종을 받았어야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딸 연수는 나중이라도 예방접종을 받았는지 궁금해졌다.


또 하나 이성적으로 이 작품을 봤을 때, 여기서도 죽음을 앞두었을 때의 감정 변화가 전형적이다. 말하자면, 자신이 죽는다는 얘기를 들으면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의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같은 작품을 보면 그 과정이 매우 뚜렷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도 그 정도로 분명하지는 않지만, 그 감정의 순서를 어느 정도 따라가고 있다. 물론 이건 주제넘은 분석이고, 그렇게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알고 있으면서도 한번 엄마의 감정의 순서를 뒤따라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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