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제프 세파흐, 『먼지』
먼지 하나로 이렇게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을지는 상상이 잘 가지 않았다. 책장을 펼치기 전 이 책으로 먼지에 대해 뭘 알 수 있을까를 생각해봤을 때, 우리 주변에 떠다니는 먼지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것들이 우리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등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책장을 펼치자마자 이야기는 태초에서 시작한다. “태초에 먼지가 있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먼지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먼지를, 물론 포함한다. 그러나 범위가 훨씬 넓다. 태초의 ‘먼지’처럼 우주의 시작에 생겨난 원자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것부터 시작하여 우리 거실에, 우리의 어깨에 내려앉은 먼지, 꽃가루,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요인이 되는, 혹은 그것을 막아줄 수 있는 먼지도 있다. 사막의 먼지도 있고, 화산의 먼지, 우주의 먼지도 있다. 그리고 우리가 죽어 돌아갈 먼지도 있다.
이런 먼지들에 대해 요제프 세파흐라는 과학 기자는 ‘기자답게’ 풀어낸다. 감성보다는 사실 관계 위주로 말이다(늘 그런 건 아니고 가끔 감성적이긴 하다).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먼지로 인해 기후 변화가 일어난다는 내용이고, 그것을 막거나 늦추기 위해 다시 먼지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다. 우리가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 일면을 엿볼 수 있다. 부디 이 연구들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읽게 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부분도 날씨에 관한 내용이다. 통계를 내보지는 않았지만, 주말에 비가 더 많이 내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런데 그게 실제로 그럴 수 있고, 그게 다 먼지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용해보면 이렇다.
“아마 다들 궁금했을 것이다. 주말에는 하늘이 흐리다가 월요일만 되면 해가 쨍쨍하다. 미국에서 수행한 기상 연구 결과를 보아도 이런 주중 효과가 확연하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많은 양의 오염 물질 입자가 발생한다. 자동차, 공장, 난방 등이 배출한 입자다. 그래서 금요일이 되면 먼지양이 최고조에 도달한다. 수많은 작은 황 입자와 함께 크기가 조금 더 큰 먼지도 모여든다. 그것들이 뭉쳐 무거운 물방울이 되므로 주말에는 평소보다 약간 더 많은 비가 내린다. 따라서 월요일이 가장 비가 드문 날이라는 통계 결과는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114쪽)
세상의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모든 것은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