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춘욱, 《대한민국 돈의 역사》
돈을 세속적 욕망이라고만 하기에는 너무도 중요하다. 내 삶과 내 가족의 생활을 유지하고, 원하는 무언가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돈이다. 뿐만 아니라 사회와 국가를 유지하는 데도 필수적인 것이 돈이다. 그러므로 돈을 벌어야 한다. 그럼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나? 특히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나?
경제 전문가 홍춘욱은 그 답이 바로 대한민국 역사에 있다고 본다. ‘빈번한 경제 위기’를 겪은 나라로서 외부로부터 수시로 영향을 받고, 파란만장한 현대사를 겪은 만큼 정책도 수시로 바뀌었다. 그에 따라서 경기가 좌우되었고,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지는 바로 그 영향과 정책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에서 투자에 고민하는 이는 기본적인 경제 지식과 함께 역사를 알아야만 한다. 이것이 홍춘욱의 생각이다.
세 파트로 나누어 ‘경제의 흐름을 바꾼 19대 사건’, ‘주식 시장의 흐름을 바꾼 11대 사건’,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바꾼 7대 사건’으로 구성하고 있는데(홍춘욱은 정말 몇 대 사건, 이런 거 좋아한다), 이 사건들은 단순한 경제 사건으로만 볼 수 없다. 당시에 권력을 쥐고 있던 세력들의 성격을 보여주고, 또 그때그때의 바람직했던, 혹은 실패로 끝난 대응을 보여준다.
이렇게 정리된 사건들을 보면, 정말로 우리나라가 외풍에 많이 흔들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계 경제에 편입되어 있는 이상, 특히 수출의 비중이 높은 나라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더더욱 세계 경제의 흐름, 나아가 세계 정세를 면밀히 살피고 이에 대응해야만 ‘돈’을 벌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그리고 그에 따른 정부와 기업의 대응도 봐야 한다. 외부의 영향은 어쩔 수 없지만, 그에 대한 대응은 우리의 선택과 주체적인 역량에 관한 문제다. 그에 따라서 국가의 경제와 해당 산업계, 개별 기업의 상태가 어떻게 변화할 지에 촉각을 세워야 한다.
대한민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지에서 해방된 국가 중에 선진국에 들어선, 최소한 선진국 문턱에 다다른 유일한 국가이다. 그러므로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음에도 해당 이후 대한민국 경제는 성공의 스토리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 자랑스러워해도 된다. 그래서인지, 홍춘욱은 해방 이후에서 박정희 정권까지의 여러 정책에 대해서 (부정적인 영향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생각을 갖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것을 옳은 일인가, 그른 일인가에 대한 판단을 조금 뒤로 미루고, ‘돈’에 관한 차원에서 봤을 때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편할 듯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