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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Aug 20. 2020

전염병은 다시 찾아온다

마크 제롬 월터스, 《에코데믹, 끝나지 않는 전염병》

코로나 19로 예전에 나왔던 많은 책들이 새로운 표지를 입고 다시 시장으로 나온다지금의 상황을 반추해보기 좋아 반가운 경우도 있고또 너무 장삿속 아닌가 싶은 경우도 없지 않다그러나 그걸 구분하기는 쉽지 않고또 구분한다고 해서 상당히 주관적인 느낌이 너무 많이 작용한다.

 

마크 제롬 월터스의 에코데믹끝나지 않는 전염병도 이미 2004년에 번역되어 나왔던 책이다. 2003년에 원서가 나왔다그래서 에필로그에야 사스(SARS)를 부분적으로 회고하는 내용이 담겼을 뿐이다그후 전세계적으로 신종플루가 유행하고 지나갔고우리의 경우는 메르스(MERS)의 혹독한 경험을 겪었다그리고 지금코로나 19물론 이 책이 다시 우리를 찾아오게 된 경위는 코로나 19 때문이다그렇다면 여기의 내용은 지금의 코로나 19를 이해하는 데 어느 정도나 도움이 될까그게 이 책이 오로지 장삿속에 다시 판을 찍게 되었는지아닌지를 가르는 기준일 될 터이다.

 

수의학 전공인 저자가 다루는 질병은 여섯 가지다광우병에이즈살모넬라 DT104, 라임병한타바이러스웨스트나일뇌염모두 시대를 풍미한 질병들이다. ‘풍미란 말이 너무 가벼워 보일 정도로 인류에게 끔찍한 경험을 안겨주었고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이 질병들의 공통점은 인류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는 점 외에도 인수공통전염병(zoonotic disease)라는 점이다인간 외의 동물을 숙주로 하고 있는 병원균 때문에 나타나는 질병들이다나아가 이 질병들은 단지 동물들과 질병을 나눠 갖는 것뿐만 아니라생태적 변화즉 인간이 환경을 헤침으로써 인간에게로 전파를 시작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공통점도 갖는다저자가 얘기하는 에코데믹(ecodemic)이다.

 

지금의 코로나 19도 이 에코데믹의 범주에 속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미국의 트럼프 등은 중국이 의도적으로 만든 바이러스라는 의심을 공공연하게 내비치지만아직 근거는 분명하지 않은 듯 하고다른 동물 매개체를 통해서 인간에게 전파된 게 더 믿을 만하다어떤 동물인지는 왔다갔다하지만(박쥐천산갑어류?) 어쨌든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별로 위험하지 않은 바이러스가 동물의 몸 속에서 변이를 갖고 지금의 코로나 19로 진화했다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변화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역시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아직은 그런 데까지 신경쓸 여력이 없는 듯 하다), 동물들과의 접촉의 많아지는 상황 자체가 생태계의 변화라고 아니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분명 코로나 19에 편승해서 다시 세상에 나온 책이지만전혀 의미가 없는 책은 아니다사실 코로나 19에 대한 이해라는 당장의 필요가 아니더라도 여기에서 다루고 있는 질병들은 지금도 여전히 연구하고이해할 필요가 있는 질병들이다더 중요한 건 이것들로 끝나지 않는다는 걸 우리는 경험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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