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 『캐리』
‘공포소설의 제왕’이라 불리는 스티븐 킹이 작가로서의 꿈을 놓지 않으면서 근근이 살아가면서 쓴 첫 장편소설이 바로 이 작품 『캐리(Carrie)』다. 하지만 스티븐 킹은 이 작품을 완성하기 전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리고 포기버렸다고 한다. 그런데 아내인 테비사가 우연히 이 작품을 발견해 읽어보곤 남편을 북돋으면서 완성했다. 결국이 작 품은 스티븐 킹은 유명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스티븐 킹의 작품을 몇 편을 읽었다. 읽을 때마다 그의 명성이 과한 것이 아니란 걸 느꼈지만 본격적으로 찾아 읽진 않았다. 최근작 『홀리』를 읽은 후 찾아보기 시작했고, 우선 첫 작품 『캐리』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마음 먹었다.
공포소설이라고는 하지만, 내가 느끼기엔 공포라기보다는 쓸쓸한 소설이다. 광신적이면서 가학적인 어머니, 조롱하는 학교 친구들, 함께 조롱의 대열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괴로워하는 소녀와 돕기 위해 손을 내미는 선생님. 그리고 그 가운데 염력을 지닌 소녀 캐리 화이트가 있다. 캐리는 첫 생리를 겪으며 자신이 특별한 능력(염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무런 잘못 없는 친구를 놀렸다는 죄책감을 가진 수지 스넬은 자신의 남자 친구를 설득해서 캐리와 함께 무도회에 가도록 한다. 그런데 학교 폭력의 주동자이면서 반성할 줄 모르는 크리스 하겐슨은 남자 친구와 함께 무도회장에서 캐리에게 돼지 피를 뒤집어 쓰게 만드는 음모를 꾸미고 실행에 옮긴다. 분노에 휩싸인 캐리는 자신의 염력을 발휘해 마을을 지옥으로 만들어 버린다. 슬픈 파멸이다.
스토리는 이렇지만, 단순히 공포소설, 대중소설이라고 덮어버릴 수만은 없는 여러 장치와 의미가 있다. 캐리 엄마의 왜곡된 종교관, 크리스 하겐슨으로 대표되는 타락한 물질만능주의 등은 1970년대부터 스티븐 킹이 관심을 가졌던 미국의 어두운 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사회는 하나의 발화점을 파괴되어버릴 수도 있는 경고로도 읽힌다. 스티븐 킹은 이런 주제 의식을 가지고 소설을 써 왔기에 대중소설과 본격소설의 경계에서 찬사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부터 스티븐 킹의 세심한 상황 묘사는 두드러진다. 어느 한 장면도 대충 얼버무리지 않는다. 공포는 주위를 제대로 보지 못하도록 하지만, 스티븐 킹의 공포는 직시(直視)하는 공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