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붙잡힌 개인의 삶

장폴 뒤부아, 『프랑스적인 삶』

by ENA

내가 세상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 때 알게 된 프랑스의 대통령은 프랑스아 미테랑이었다. 그땐 그런가보다 했지만, 그는 프랑스 최초로 사회주의자 대통령이었다. 1981년부터 1995년까지 대통령을 지냈으니, 1980년대생들이 그를 구세대의 상징처럼 여겼다는, 어디서 읽은 문구가 이해되기도 한다.


조금 더 현대사에 관심을 가지면서는 미테랑 대통령 이전에 샤를 드골이 있었다는 것 정도까지 알게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에 굴복한 비시 정부에 대항해서 영국으로 망명해 자유프랑스군을 이끌었던 장군. 프랑스의 자존심이라 불리었던 인물이다. 미테랑을 지지했던 이들은 그를 구세대라 여겼을 듯하다.


당연히 드골과 미테랑 사이에 또 다른 대통령들이 있었다. 조르주 퐁피두와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이들은 이름만 알뿐이다. 장폴 뒤부아의 『프랑스적인 삶』을 읽으면서 알게 된 것이지만, 그들 앞뒤, 중간에 알랭 포에르라는 존재감이 미약한 인물이 두 번이나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테랑 다음에는 자크 시라크였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아 올랑드, 그리고 지금의 에마뉘엘 마크롱. 전부 기억하는 인물들이다. 내가 빠뜨려서 기억하고 있는 인물이 있나 싶었지만, 검색해보니 그렇지 않다.


프랑스 제5공화국에서 대통령을 지낸 인물은 이게 전부다. 어쩌면 우리나라 대통령의 순서를 외우는 것보다 쉬울 정도다.

(참고로 내가 겪은 대통령을 순서대로 정리해보면,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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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고 프랑스 대통령의 순서를 되뇌는 이유는, 장폴 뒤부아의 『프랑스적인 삶』에서 그게 배경이기 때문이다. 아예 각 장의 제목이 대통령의 이름이다. 1958년 제5공화국의 출범하는 해부터 2003년 아직 자크 시라크가 집권하던 시기까지, 프랑스의 현대사가 배경이고, 그 현대사는 어떤 이가 대통령의 자리에 있었는지가 꽤 그럼직한 배경 설명이 된다.


하지만 조금만 읽어보면, 그리고 끝까지 읽어보면, 프랑스에서 대통령이 누구인지는 꽤 중요하지만, 또 그렇게 개인의 삶에 결정적이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와 성향을 가진 이들이 한 가족 내에서, 심지어 부부 사이에서도 갈등하지만, 그것 때문에 파탄이 나지 않는다. 어떤 쪽이 집권하는지에 따라 열광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고, 아주 경멸하기도 하지만, 개인과 가족의 삶은 정해진 트랙을 따라서 흘러가기도 하고, 혹은 완전히 경로를 벗어나기도 한다.


주인공의 삶에 드리운 깊은 상처(주인공의 우상이자 가족의 희망이었던 형의 죽음)는 애초에 드골과는 상관이 없지만, 그게 그때 일어난 일이기에 프랑스적이었다.

청소년기의 분출되는 에너지는 어쩌지 못해 벌어졌던 일탈들 역시 퐁피두와 상관없었다. 하지만, 68년과 어떻게든 관계되었던 그의 삶이 어떻게 시대와 연결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까?

지스카르 시대에 일어난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여인과의 결혼과 혼외정사.

미테랑이 집권한 후, 움직이지 않는 사물을 찍은 사진으로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지만, 소원해지는 가족.

아내가 죽은 후에야 알게 되는 배신, 미테랑을 우상처럼 떠받들었던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딸의 정신질환은 시라크의 시대였다.


제목이 ‘프랑스적인 삶’이다. 궁금하긴 하다. 주인공 폴 블릭의 삶이 과연 전형적인 프랑스적인 삶인지. 모두가 그렇다고 인정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런 성공과 추락을 많은 사람이 경험할 것 같지는 않으니. 하지만 ‘프랑스적’이라는 것을, ‘프랑스의 시대와 함께 하는’이라고 해석하면 어떨까? 지극히 개인적인 삶 같지만 결국에는 그 시대의 함께 하는 삶이기에, 벗어나려 하지만 벗어날 수 없는 삶이기에, 어찌 되었든 ‘프랑스적’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폴 블릭은, 아니 장폴 뒤부아는 이 사실을 조금은 냉소적으로 벗겨내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나의, 우리의 삶은? 결국은 모두가 ‘한국적인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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