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욤 뮈소, 『안젤리크』
『미로 속 아이』를 읽으며 내가 놓친 기욤 뮈소의 최근 작품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안젤리크』.
우연히 만나고, 우연히 벌어지는 사건들 같지만 모두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전직 에투알 무용수 스텔라 페트렌코가 살아가는 방식도, 스텔라의 딸 루이즈 콜랑주가 전직 형사 마티아스 타유페르의 병실을 찾아가 첼로를 연주하고, 사건을 의뢰하는 것도, 간호사 안젤리크 샤르베가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것도, 마티아스 타유페르가 상심에 빠진 이유도.
안젤리크가 범인이라는 것은 소설 절반도 지나기 전에 공개해 버리는데, 그렇다면 누가 범인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건 뒤에 숨어 있는 비밀이 어떤 것이고, 그것이 어떻게 밝혀지는지가 이 소설의 핵심이라는 얘기다. 비밀은 덕지덕지 겹쳐져 있다. 모든 게 우연은 아닌데, 마치 우연처럼 이루어진다. 그런데 계속되는 반전은 피곤하다.
누가 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지도 헷갈린다. 그래서 누구의 심리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어야 할지, 그것으로 단지 사건이 아닌 인간에 대한 탐구에 좀 더 신경 써야 할지 흐릿해져 버렸다. 심리 묘사도 다른 작품에 비해 아주 섬세하지 않은 이유가 그래서다.
2021년의 세태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코로나19(여기선 코비드-19로 표현)다. 그런 면에서 반가운 면이 있다. 역시 기욤 뮈소는 반응이 빠른 작가다. 그런데 화가 마르코의 죽음이 코비드-19였다고 하고(일단은), 이 배경이 여러 차례 언급되지만 이 소설의 전개와는 무관하다. 마르코의 죽음의 배경이 다른 것이었다고 해도 별 상관없다. 이 소설을 코로나19 배경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