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에게 글쓰기의 기본을 배우자는 생각이 아니라 스티븐 킹에 대해 좀 알아보자고 읽었다. 이제 스티븐 킹의 작품을 대여섯 권은 읽었으니 자신에 대해서, 자신의 글쓰기에 대해서 쓴 책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력서, 연장통, 창작론, 인생론, 이렇게 네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중 진짜 글쓰기에 관한 부분은 ‘연장통’과 ‘창작론’에 해당하고, ‘이력서’와 ‘인생론’은 자서전과 이 책을 쓰는 도중 겪은 사고와 그와 관련해서 하게 된 생각이다. 내가 ‘스티븐 킹에 대해서’라고 쓴 이유는 바로 ‘이력서’와 ‘인생론’ 때문이다.
우선 스티븐 킹의 삶에 대한 글을 읽을 소감부터 이야기하자면... 그가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무척 좋아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냥 틀어박혀 글을 쓰는 수줍은 문학 소년이 아니라, 글을 적극적으로 발표하려 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첫 장편소설이자 작가로서 성공의 길에 들어서게 되는 계기가 된 《캐리》에 관한 잘 알려진 얘기(물론 이 책에서 소개해서 잘 알려졌다)와 술과 마약에 찌들었다 회생한 이야기. 그런데 이 이야기들이 그의 작가 인생의 절반 쯤에 쓴 이야기다. 이 책을 낸 이후로도 20여 년을 더 살고, 또 더 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스티븐 킹은 이 책 이후의 이야기에 대해서도 쓸 수 있을까? 재미있을까? 의미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다)
본격적인 글쓰기에 관한 부분은 읽으면서 띠지를 붙여놓은 부분은 옮기는 것으로 내 읽기 소감을 정리한다. (나도 글을 쓰기에 그의 글쓰기 전략과 조언이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쓰는 글을 소설이 아니기에 조금 가려 들어야 할 필요는 있다.)
“수동태는 한사코 피해야 한다.” - (이름이 같은) 스티븐 핑커의 조언(《글쓰기의 감각》)과는 다르다.
“부사는 여러분의 친구가 아니다.” - 흔히 ‘...하게(ly)’로 끝나는 말은 사족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부사를 하나도 쓰지 않을 순 없겠지만, 되도록 삭제!
“문장이 아니라 문단이야말로 글쓰기의 기본 단위” - 문단 위주로 생각해야 덩어리로 무엇을 쓸 것인지에 대한 감, 즉 리듬이 살아난다는 스티븐 킹의 조언에 공감
“작가가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두 가지 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다.” - 너무나 당연하다. 스티븐 킹은 이에 대해 더 신랄하다.
(기억해둘 말 - “한 번쯤 남의 글을 읽고 매료되지 못한 작가는 자기 글로 남들을 매료시킬 수도 없다.”)
소설이 세 가지 요소 “이야기를 이어가는 서술(narration), 독자에게 생생한 현실감을 주는 묘사(description), 그리고 등장 인물들의 말을 통하여 그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대화(dialogue)”.
스티븐 킹이 플롯이 아니라 장면을 먼저 떠올린다는 말은 인상적이다. 그런데 나는 스티븐 킹이 묘사에 무척 공을 들인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하는 게 의아스럽다. 대신 ‘생생한’ 대화를 무척 중시한다. 등장인물이 살아 있음을 표현해야 한다는 것.
(이 부분에서 다시 기억해둘 말 - “소설은 이미 존재하고 있으나 아직 발견되지 않은 어떤 세계의 유물이다.”)
“더 중요한 것은 입을 다물고 남들이 말하는 것을 듣는 일이다.” - 스티븐 핑커도 그렇게 썼다. 발표하기 전에 반드시 남들에게 읽혀라. 그들의 조언을 진지하게 들어라. 고쳐라.
스티븐 킹은 고등학교 3학년 때 투고한 글에 대한 쪽지를 받은 이후 초고를 쓰고 나서 수정 작업을 하는 데 ‘수정본 = 초고 – 10%’라는 수정 공식을 따른다고 한다. “4천 단어 짜리 단편은 3600단어로. 35만 단어짜리 장편은 31만 5천 단어, 가능하면 30만 단어까지”. 쓴 글을 줄이는 것을 늘 망설이는 내가 떠올랐다.
글쓰기 교본도 스티븐 킹답게 흥미진진하다. 사실 이게 핵심이다. 그는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