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 리쿠, 『스프링』
1.
온다 리쿠. 『꿀벌과 천둥』은 대단했다. 온다 리쿠의 작품으론 그것만 읽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확인해 보니 『축제와 예감』도 읽었더랬다. 그건 기억에 없다. 독후감으론 “『꿀벌과 천둥』의 부록”이라고 썼었다. 『스프링』은 전적으로 『꿀벌과 천둥』은 읽은 느낌에 이어진 것이다.
2.
‘스프링’이라는 제목에 대해.
제목만으로 보고는 무엇을 느꼈냐면, 팔팔하게 뛰는 느낌.
발레를 소재로 한 소설이라니, 그렇게 여긴 것은 당연하다.
4개의 장의 제목이 ‘뛰어오르다’, ‘싹트다’, ‘솟아나다’, ‘봄이 되다’다. 모두 ‘스프링(spring)’의 의미다. 그리고 이 제목은 모두 주인공 요로즈 하루의 삶에서 어떤 단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참 잘 지었다.
3.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장마다 이야기하는 사람이 달라진다. 첫 번째 장(뛰어오르다)은 하루의 발레 학교 친구 후카쓰 준, 두 번째 장(싹트다)은 삼촌 미노루(그는 하루의 교양 담당이었다), 세 번째 장(솟아나다)은 그의 뮤즈라 할 수 있는 나나세, 그리고 네 번째 장(봄이 되다)은 바로 하루 자신이다. 서로 겹치면서도 조금은 엇갈리는 시기의 하루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이야기의 전개는 밋밋하다. 하루가 어린 시절에 발레에 입문하면서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며 승승장구하는 이야기에는 어떤 굴곡이란 게 거의 없다. 특히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친 하루, 즉 세 번째 장까지의 이야기는 더욱 그렇다. 네 번째 장, 자신이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고서야 그에게도 고민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그건 보통의 누구에게나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놀라운 것은 그렇게 심심하지 않다는 점이다. 스토리의 힘으로 읽히는 게 아니란 얘기다. 이 소설에 빠진다는 것은 묘사와 설명에 빠진다는 것이다. 그건, 그리고 온다 리쿠의 필력에 빠진다는 것이다. 지루한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쓰는 것, 봐야 알 수 있는 것을 보이듯이 쓴다는 것, 적어도 그 언저리에는 도달할 수 있도록 쓴다는 것, 그것에 힘 빠지지 않는다는 것!
4.
실은 소설을 읽으며 놀라는 것은 온다 리쿠라는 작가다.
『꿀벌과 천둥』에서는 음악에 대한 조예가 깊다 싶었는데, 이젠 발레 전문가다. 뒤에 첨부한 참고 문헌 정도 읽고? 아닐 것이다. 정말 많이 봤을 터이고, 정말 많이 읽었을 터이다. 자세히 보고, 생각하고, 그것을 어떻게 글로 옮길 수 있을까 고민했을 것이다. 이 소설이 스토리가 밋밋한 것은 어쩌면 그런 데 공력이 다 들어가서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발레를 실제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나도 어쩌면 발레를 이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5.
그렇다고 그저 발레에 대한 소개, 찬양 같은 글을 아니다. 물론 어떤 생각을 몸으로 표현하는 발레의 매력을, 그리고 그 깊음을 찬양한다. 『꿀벌과 천둥』에서 음악에 대해서 그랬듯이 말이다.
“탁월한 음악가 혹은 무용수와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점은 하나의 음, 하나의 동작에 담긴 압도적인 정보량이다. 그들의 소리와 동작에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그 예술가가 품고 있는 철학과 우주가 응축되어 있다.”
6.
‘전율케 하라“는 말이 나온다.
예술의 감동은 그런 데서 나온다는 얘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