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지마 교코, 『꿈꾸는 도서관』
원래 제목을 보니 “꿈꾸는 제국도서관”이다. 내용에도 그냥 ‘도서관’이 아니라 ‘제국도서관’으로 나온다. 그러니까 보통명사로서의 도서관이 아니라 특정한 기관으로서의 ‘그’ 도서관을 의미한다는 얘기다(왜 우리말 제목에서 ‘제국’이 빠졌는지는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우에노에 위치한, 지금은 국립국회도서관 우에노분관. 1872년 유시마성당에 만들어진 서적관에서 시작하여, 도쿄부서적관, 도쿄도서관, 제국도서관으로 이름을 바꿔 달았던 도서관이다. 그 도서관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면서 그냥 도서관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모든 좋은 이야기는 보편성을 갖게 마련이다.
크게 두 개의 이야기가 교차한다. 하나는 제국도서관에 관한 이야기를 남기고 싶어 하는 기와코라고 하는 여성에 관한 이야기. 다른 하나는 제국도서관에 관한 이야기. 그렇다고 이 책의 제국도서관에 관한 이야기가 기와코가 남기고 싶어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게 어떤 것인지는 모른다. 소설 속에서 기와코가 어린 시절 함께 보냈던 이가 쓰던 도서관에 관한 소설이 어떤 것이었는지도 분명치 않고, 기와코가 원하는 소설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고, 소설의 화자인 소설가가 (아마도 쓰게 될) 소설도 어떤 내용이 될지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도서관이 주인공이 소설이 될 것이라는 것밖에. 그 바탕이 이 소설에 박혀 있듯이 존재하면서 하나의 흐름을 만드는 제국도서관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비블리오테크!”.
일본에 도서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처음 소리친 이는 그 유명한 후쿠자와 유키치였다. 부국강병에 몰입해있던 메이지 정부의 요인들은 콧방귀를 끼면서도 그 주장을 펼친 게 후쿠자와 유키치였기에 그걸 만들기로 한다. 그러나 우여곡절이 있을 수밖에. 지금도 그렇지만 도서관 예산은 늘 뒷전이었다. 법이 통과되어도, 다른 데 쓸 데가 생기면(주로는 전쟁이었다) 도서관에 관한 예산은 날라가 버렸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 그건 펜이 칼보다 강하지 않기 때문에 나온 얘기다. 일본의 제국도서관의 역사는 그걸 여실하게 보여준다. 역설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약탈해온 책으로 도서관이 풍성해지는 과정에서도 칼이 그 역할을 했다.
기와코가 하는 말은 이렇다.
“돈은 중요하다. 돈이 없으면 책장을 사지 못한다. 장서를 둘 수 없다. 도서관의 역사는 가난의 역사.”
그러나 그런 도서관이지만, 도서관은 많은 사람을 길러냈다. 소설에 등장하는 실제 인물들은 거의 모두 소설가들이지만, 도서관이 키운 사람은 소설가만이 아니다. 거기에는 소설이나 역사책 같은 것만 있는 게 아니었다. 도서관은 국가의 부국강병을 뒷받침할 지식을 쌓아놓는다. 그리고 그것을 꺼내 쓸 때 국가는 튼튼해진다. 부국강병을 내세우면 도서관을 홀대했지만, (역시 아이러니하게도) 그 홀대 속에서도 도서관은 부국강병의 기틀을 세워갔다. 누구도 그걸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러나 이 소설 『꿈꾸는 도서관』은 도서관, 혹은 제국도서관만을 다루는 소설이 아니다. 어쩌면 더 신경을 쓴 것은 기와코의 인생이었을 수도 있다. 여성으로서의 삶. 족쇄에 채워진 것 같은 삶에서 탈출하고자 부단히도 애를 쓴 한 여성의 생애가 이 소설에서는 도서관의 역사와 중첩된다. 그런 그녀가 왜 도서관을 사랑하게 되었는지 알 듯 모를듯하지만 말이다. 결국 기와코의 어린 시절은 속시원히 밝혀지지 않는다. 소설가는 자신이 만든 인물의 어린 시절이 어땠는지 설정하고서 썼을까? 아마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소설가 역시 기와코의 어린 시절을 그렇게 두고서, 자신도 궁금한 상태에서 한 생애를 살아간 이에 경애를 보내는 것이 아닐까?
우에노 공원을 간 적이 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시절이었다. 벚꽃과 사람 구경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근처에 도쿄예술대학이 있는 것도 알았고, 미술관 같은 것들이 있는 것도 알았다. 그 앞에서 서성이기도 했으니까. 도서관은 몰랐다. 생각해보니 외국의 도시를 가면 미술관, 박물관은 꼭 찾으면서 도서관은 잘 들르지 않는다(생각해 보니 ‘전혀’는 아니다). 도서관은 다 그럴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어서일까? 제국도서관을 그리워하는 이에 관한 소설을 읽으니, 도서관에 관한 추억도 사람마다 다를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나도 그렇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