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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11월 22일로!

스티븐 킹, 『11/22/63 (1)』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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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에서는 <21세기 최고의 소설 25>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https://casting.kyobobook.co.kr/post/detail/32742). 소설MD가 매주 한 권씩 소개하고 있는데(매주 수요일 오후 2시 업데이트), 이미 읽은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읽지 않았다고 다 읽어지고 싶어지는 것은 아닌데, 반대로 이건 뭐지? 싶어 읽게 되는 작품도 있다(혹은 읽으려고 이미 골라놓았는데, 소개되어 반드시 읽게 된 작품도 있다. 마쓰이에 마사시의 작품 같이).


이 목록에서 여섯 번째 소설로 소개된 것이 스티븐 킹의 『11/22/63』이다. 1974년 『캐리』가 첫 작품이고, 20세기에도, 21세기에도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니, 20세기와 21세기를 거의 비슷하게 소설가로 살고 있는 게 스티븐 킹이다. 비록 한 사람(?)이 고른 것이긴 하지만 스티븐 킹이라는 세계에서 딱 절반에 해당하는 후반기의 최고 작품이라고 하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소개글을 읽지 않고 읽기 시작했다.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어떤 내용인지 전혀 알아보지 않았었고, 그래서 “11/22/63”이 무슨 의미인지도 몰랐다. 책 표지를 보고서야 “아!”했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시계(이걸 뭐라고 하더라?) 안의 인물은 존 F 케네디다. 그렇다면 암호 같은 숫자는 63년 11월 22일 터. 미국식으로 써서 년도가 맨 끝에 왔을 것이다. 아마 미국인들은 익숙할 터이다. 굳이 번역본의 제목을 <(19)63년 11월 22일>이라고 하지 않은 이유는 알 만한 사람은 알 것이고, 몰라도 궁금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라고 여겨도 될까? (다만 책 표지에 시계가 가르치는 시간이 케네디의 암살 시간을 정확히 가리켰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


1권을 다 읽은 지금에야 소개글을 읽는데,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다만 국내 인기는 해외보다 못하다. 심령, 괴물, 초능력, 미지의 세계 등 작가가 즐겨 다룬 초자연적 현상은 현실성을 중시하는 우리 독자가 선호하는 소재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킹’ 읽기를 미뤄왔다면 『11/22/63』은 좋은 입문 책이다. '시간 여행'이라는 환상 요소만 빼면 철저한 고증을 거쳐 50·60년대 미국 사회를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그렇다. ‘시간 여행’이다.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상케 한다. 스티븐 킹도 그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소설에서 언급하고 있고, 당당히 ‘토끼굴’이라고 하고 있으니. 그리고 최근 작품 『페어리테일』도 비슷하다. 환상을 위해서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든지, 혹은 전혀 다른 세계를 가는 구멍을 찾아야 하는 것이라는 듯. 그런데, 제목이, 표지가 암시하듯 『11/22/63』은 시간 여행을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케네디 암살을 막아라! 과거를 바꿈으로써 현재가 바꿔지는지 시험을 하고, 꼭 바꾸고 싶은 것을 바꿔보면서 진짜 임무(?)를 위해 과거(1958년)로 잠입한다.


시간여행의 역설에 관해서는 간단히 무시하고 있다. 과거가 바뀌었는데, 현재로 돌아온 나의 삶의 역사는 그대로일까? 바뀐 나의 현재는 과거로 돌아가는데 아무런 영향이 없을까? 이런 의문이 들지만 스티븐 킹은 그런 복잡한 역설쯤은 인정하지만, 무시해달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다만 바꾸려는 과거의 중대성에 따라 과거가 저항한다는 설정을 하고 있는데(“과거는 고집이 세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설정이야말로 스티븐 킹의 창의성이라고 보고 싶다.


1권을 읽고, 2권을 앞에 둔 지금,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적어도 이런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바쁘게 책을 펼치게 만드는 작품이 『11/22/63』이다. 교보문고가 21세기 최고의 소설 25개 중 하나로 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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