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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바꾸는 일

스티븐 킹, 『11/22/63』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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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과거가 바뀐다면... 자주 가정한다. 어떤 과거는 정말 바꾸고 싶어한다. 내게도 그런 과거의 순간이, 많지는 않지만, 있다.


우연찮게 얼마 전에 대화 중에 10분 만이라도 과거로 갈 수 있다면 떼부자가 될 수 있을 거란 말을 했었다. 그럴 수 없으니 했던 말이지만, 잠깐만이라도 과거로 돌아간다면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일을 충분히 하고도 남을 것 같다. 나라면 무슨 일을 할까? 더 현실적으로는 어떤 주식을 사고, 팔까?


그런 개인적인 소망이 아니라, 역사를 바꾸고 싶은 소망이라면?

이를테면 존 F. 케네디가 리 오스왈드에게 암살당하지 않는다면?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세계는 좋아졌을까?


스티븐 킹의 환타지 소설 『11/22/63』은 2011년에서 1959년으로 건너가 1963년의 존 F. 케네디를 살린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과거는 고집이 세다.”) 역사를 바꾼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지만, 그녀까지 희생해가며... 정말로 그럴 가치가 있는 것이라 믿으며. 아마 1963년 11월 22일, 그럴 기회가 있었다면 목숨을 던져서라도 케네디를 살리려고 하는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 존 F. 케네디는 비뚤어진 신념을 지닌, 혹은 미치광이라고밖에는 할 수 없는 리 오스왈드의 총에 숨지고, 그는 또 댈러스의 어느 스트립 클럽 사장의 총에 죽는다. 케네디의 죽음은, 물론 역사의 물줄기를 바꿨다. 민주당 주류라고 할 수 없었던 린든 존슨이 대통령이 되었고, 베트남전쟁은 확대되었고, 수많은 청년이 전쟁에서 숨졌고, 다쳤다. 케네디가 살아 있었다면, 이라는 가정, 혹은 소망은 이런 역사에서 나온다.


하지만 정말 어떠했을지는 누구도 모른다. 우리는 단 하나의 역사만을 경험했고, 과거의 어느 한 장소, 어느 한 시점에서라도 그렇지 않았던 건 없다. 그러했기에 우리는 그런 역사를 경험하고 지금에 이르렀다. 스티븐 킹이 정교한 글솜씨를 발휘하며 써내려 간 이른바 시간 여행과 역사 바꾸기의 결과는... 참혹했다.


물론 참혹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참혹하지 않게 그렸다면 어땠을까? 제이크 에핑, 혹은 조디 앰버슨이 바꾼 1963년으로 인해 환상적인 2011년, 2025년이 펼쳐졌다면? 그런 미래를 그려냈다면 스티븐 킹이 아니다. 아니, 평범한 소설가도 그렇게는 쓰지 않을 것이다. 지금 여기에 살고있는 자격으로 쓰고 있으니 현재는 그대로 우리가 경험한 현재여야 한다. 어떻게 다시 우리가 경험한 역사를 통한 현재를 설득력 있게 복원해내는가가 소설가의 솜씨다. 그리고 그러면서 뭔가 여운이 남게 만들 수 있을까?

스티븐 킹은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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