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스텐디지, 《세계사를 바꾼 6가지 음료》
일단 이 너무나도 평범하고 몰개성적인 제목은 주로 일본에서 나온 책들에 붙여진 제목인데, 의외로 영국 저자의 책이다(원제도 “A History of World in 6 Glasses”로 조금 다른 것 같지만 기본적으로는 비슷하다). 또한 소개하는 소재 역시, 상상할 수 있는 바로 그것, 즉 맥주, 와인, 증류주, 커피, 차, 콜라로 그다지 차별점이 없다. 다만 알콜성 음료 셋과 카페인을 함유한 음료 셋으로 균형을 맞춘 것 정도 금방 눈에 띠는 정도다.
그런데 기존의 ‘세계사를 바꾼 ~~’ 등등의 제목을 가진 책들, 그리고 누구나 관심을 갖는 소재를 다룬 책들과 다른 점은 있다. 기존의 책들이 독자들의 관심사에 훨씬 접근하여 흥미 위주로 그것들의 전반적인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면, 이 책은 각 소재에 대해 초점을 좁히고 있다. 이를테면 맥주를 소개하는 데 있어서는 석기 시대에 맥주가 처음 발견되고, 농경 문화와 어떻게 관련이 맺게 되었는지를 소개하는 장과 그 맥주과 인류의 도시화, 문명화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소개하는 장. 두 개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니까 맥주의 종류, 에일이 어떻고, 라거가 어떻고 하는지에서 시작해서, 맥주 순수령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오늘날 맥주가 어떤 지형을 이루고 있는지 등등에 대해서는 전혀 이야기하지 않는다. 와인에 대해서는 그 시작과 함께 그리스, 로마 시대의 와인의 위상과 쓰임새에 대해서 집중한다. 더 이상 나아가지 않는다. 증류주에 대해서는 주로 럼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하는데, 그것이 식민 개척 시대에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미국의 건국과 어떤 관련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주로 이야기한다.
이 세 가지 알콜성 음료(맥주, 와인, 증류주)에 이어 카페인을 포함한 음료로 넘어가는데, 커피에 대해서는 그토록 할 말이 많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집중하는 부분은 (당연하게도) 영국과 프랑스에서 커피와 커피하우스가 한 역할이다. 커피로 이성의 시대가 펼쳐지게 되었고, 혁명의 모의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이 부분은 너무도 잘 알려진 얘기이기도 하다) - “커피와 혁신, 이성, 그리고 네트워킹의 관계(여기에 혁명적 열정의 질주)” 이 말이 커피의 역사를 대변한다. 차와 관련해서는 차 문화의 기원(주로 중국에서)을 얘기한 후, 바로 대영제국이 산업화와 관련하여 차를 어떻게 이용하고, 또 제국주의 성립에 차가 어떤 기여를 했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대영제국에서 에너지의 원천이 바로 차였다고 분명하기 지목하고 있다.
코카-콜라에 관해서는 자본주의의 상징으로서, 어떻게 그런 역사를 밟을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주로 다루고 있다. 전쟁 이전에는 미국의 음료에서, 전쟁 중에 전세계로 퍼져나갔고, 냉전 중에도, 중동에도 그 영향력을 과시하였고, 지금도 그 맹위를 떨치고 있는 음료가 바로 코카-콜라이다. 저자는 ‘병에 의한 글로벌화’라 칭하고 있다. 자본주의 글로벌화의 상징과 같은 음료가 바로 코카-콜라인 셈인데, 이는 누구라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각 음료에 대해서 연대기식으로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그 음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시기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모두 지금도 사랑받는 음료들인데, 이 음료를 마실 때마다 역사를 떠올릴 수는 없겠지만, 그 역사가 떠오를 것이다. 그 음료가 떠안았던, 아니 인류가 그 음료들에 부여했던, 가볍지 않았던 역사적 의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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