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규, 《메디컬 조선》
박영규가 쓴 《메디컬 조선》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조선 시대 기록 문화가 상당히 정교했다는 것을 깨닫는다(다만 의학서들 가운데 소실되거나 일본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들이 적지 않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조선 시대의 의료 시설, 10대 질병, 임금들을 괴롭힌 질병, 명의, 의서로 나눠 쓰고 있는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조선 시대 왕들이 어떤 병을 앓았는지를 다룬 3부다.
특히 몇 가지 흥미로운 내용이 있다. 그중에 정말 많은 왕이 종기로 고생했고, 또 그것 때문에 사망에 이르기도 했던 점이 놀랍기도 하고, 현대의 우리가 얼마나 의료 혜택을 받는지를 새삼 깨닫게 하기도 한다. 그런데 임금들이 돌림병, 즉 전염병으로 아프거나 죽거나 한 일은 거의 없었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당시의 백성들이 전염병으로 정말 많이 죽어 나갔던 것과 비교할 수 있다. 다만 학질, 지금의 말라리아로 고생한 경우도 좀 있었다.
가장 인상 깊은 임금은 인조다. 인조의 경우는 자주 앓아누웠지만 병명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질환의 증상이 세세히 기록된 다른 조선의 왕들과는 정말 다른 점인데, 반정으로 임금의 자리에 오른 인조는 의심이 많았고, 불안에 시달렸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동생(능창군)이 영문도 모른 채 반역 사건에 휘말려 죽은 이후 더더욱 그랬다. 이렇게 쓰고 있다.
“그는 함부로 웃거나 찡그리는 일도 없었고, 철저히 감정을 숨겼다. 심지어 주변 사람에게 편지를 쓰는 일도 하지 않았다. 편지가 화근이 되어 자신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 (중략) ... 그는 자신의 글씨를 절대 세상에 드러내지 않았다. 혹 누군가가 자신의 글씨를 흉내 내어 모반의 도구로 사용할지도 모른다는 염려 때문이었다. 신하에게 비답을 내릴 때도 자신이 쓴 글을 내시에게 베끼게 해서 주었고, 손수 쓴 초고는 찢은 후 직접 물에 씻어 없애버렸다. 심지어 자식들에게도 친필로 편지를 보내는 법이 없었다.”
역시 반정으로 임금의 자리에 오른 중종이 의관보다는 의녀인 대장금에게 의존했던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개인적으로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할 부분은 2부의 질병에 대한 얘기다. 조선인들 대부분이 치질로 고생했다는 얘기도 재미있고, 앞서 얘기한 대로 종기가 그토록 무서운 질병이었다는 점도 이채로운데, 내게는 감염병에 더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학질(말라리아), 염병(장티푸스를 가리키지만 좀 더 넓은 범위의 열병을 가리켰을 수 있다), 홍역, 천연두, 나병이 10대 질병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