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체 문명과 면벽자의 대결, 그리고 암흑의 숲

류츠신, 《삼체 2부. 암흑의 숲》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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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2부 “암흑의 숲”은 1부 “삼체문제”에 이어지는 내용이지만, 형식부터 좀 다르다. 1부가 짧게 끊어지는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2부에서는 ‘서막’을 제외하고는 단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을 뿐이다. 그만큼 호흡이 길어졌다. 그러나 절대 지루하지 않다.


2부 앞머리의 중심은 ‘면벽 프로젝트’다.

태양계로부터 4광년 떨어진 우주에 위치한 삼체문명의 침입에 맞선 인류의 대응으로 제시된 게 바로 면벽 프로젝트다. 그들의 침공 함대가 지구에 도달하는 데는 450년이 걸리지만, 이미 지구의 인류는 공포에 떤다. 그들은, 지자란 이름으로 일부 추종 지구인들과 소통하고, 모든 것에 침투한다. 그리고 인류의 과학, 특히 기초 물리학의 발전을 저지시킨다.


그런데 삼체문명이 침투하지 못하는 것은 개개인의 내면세계가 유일하다. 그들은 인간의 사고를 읽어내지 못한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과 소통하지 않는다면 비밀을 지켜낼 수가 있다. 네 명의 면벽자가 지명되고, 그들은 외부와 소통하지 않으면서 삼체 함대의 침략을 저지해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완벽하게 혼자가 되어 우주 전체에 대해 자신의 내면세계를 감추어야 하는 임무인 것이다. 여기에는 세 명의, 지극히 인정할 만한 인물들과 함께, 지극히 평범한 인물로, 삼체 문명과 최초로 통신에 성공했던 인물인 예원제로부터 우주사회학이라는 분야를 권유받았던 뤄지가 포함된다.


이어지는 내용은 삼체 위기에 대응하는 면벽자들의 대응과 좌절이다. 네 명의 면벽자 가운데 파벽자에게 파벽을 당한(즉 자신의 의도를 완벽히 파악된) 두 명은 자살을 하거나, 시민들에게 돌을 맞아 죽는다. 면벽 프로젝트의 막대한 예산을 자신의 행복을 위해 쓰다가 먼 별로 ‘저주의 주문’을 보낸 뤄지와 인간의 생각을 고정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멘털 스탬프)을 만들어낸 하인즈는 동면에 들어간다.


그들이 깨어난 시대는 달라져 있다. 인류는 놀라운 우주 함대를 만들어냈고, 삼체 함대를 깨부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탐사선에 속수무책으로 인류의 수많은 우주 함대가 박살난다. 가장 신념에 찬 군인이면서 우주부대를 이끌었던 장베이하이는 동면에서 깨어난 후 패배주의를 몰아낸다는 명목하에 우주 함대를 지휘하지만, 오히려 그는 가장 철저한 패배주의자였고, 그래서 현실을 더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우주선을 장악하고 도망침으로써 일부의 인류라도 살릴 수 있다고 여긴다.


뤄지는 어떤가? 면벽자의 자격을 박탈당했다가 다시 회복되었지만,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으면 쫓겨나는 신세에 처한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의 의도를 감추기 위한 완벽한 속임수였다. ‘어둠의 숲’. 자신이 죽으면 지구의 문명도 삼체의 문명도 자취도 없이 사라질 것이라는 협박을 함으로써 삼체 함대의 침입을 막아내고, 평화를 얻어낸다.


이렇게 요약했지만, 700쪽이 넘는 분량에서 이런 전체적인 윤곽보다 더 두드러지는 것은 세부다. 미래 세계의 모습을 그려내는 것은 누구에게라도 부담스러울 터인데, 류츠신은 과감한 상상력을 발휘한다. 그런데 이 상상력은 과학에 기초하고 있다. 그래서 류츠신이 그리는 미래가 그저 공상이 아니라, 우리가 다다를 수 있는 미래 사회의 모습 가운데 하나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마치 19세기에 SF란 장르를 개척한 작가들의 상상이 지금 많은 것들이 실현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류츠신의 《삼체》에서 인간의 본성에 관해서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하고 있는데, 2부에서도 마찬가지다. 많은 인물들이 비슷비슷하지 않고,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과 심리를 나타내고 있다. 이중 어느 하나가, 혹은 무엇무엇을 엮으면 마치 내가 될 것 같은 느낌이다.


2부에서 뤄지는 거의 혼자의 아이디어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삼체세계의 침입을 막아냈다. 그러나 그것은 불안정한 균형일 수밖에 없다. 3부로 빨리 넘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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